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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 그 아름다운 말...
-윌리엄 크리스티(2)

파리의 우버 운전사

단 한음도 그의 통제를 벗어난 음은 없는 듯 보였다.

그의 모든 동작은 '절도'있거나, '간절하게' 부드러웠다.

20여 년 전 보았던 그의 다큐가 떠올랐다. 

'첫 음'에 얼굴이 화사하게 밝아지거나 처참하게 일그러졌었다.

단 한음으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원음'을 잘 살리기 어렵다는 고전음악의 영역에서 그의 '완벽에 대한 집착'은 무서웠다.

마성과 같은 카리스마로 단원을 뽑은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악단의 주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단원들은 더욱더 철저히 단련되는 듯했고, 

그렇게 그에게 단련된 음악가들은, 그의 둥지를 떠나고 나면, 모두 '눈부신' 스타로 명성을 날렸다.


작은 성당에 울려 퍼진 그의 악단의 연주는 정성스럽게 훈련되고 연습된 철저한 프로들이 만든,

'경지'에 이른 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23년 7월 7일 고흐의 묘지로 유명한 오베르 쉬르 와즈 페스티벌 실황. 작은 마을의 아름다운 축제...



'경지'


참으로 아름다운 그 말...

우리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오늘을 고통을 감내하고 내일을, 그리고 미래를 꿈꾼다.

크리스티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의 음악이 보여주는 경지는,

 오늘의 아픔을 잊게 하고 눈물로 위로를 주며 

'너도 할 수 있어, 포기하지 말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천박스러운 말들과 경박스러운 괴물들이 난장을 부리는 세상에서, 

크리스티의 음악은 마치 모든 세상을 아름다운 향기로 채우는 듯했다. 

내가 본 추잡한 사건들의 흔적들을 말끔히 씻어주는 듯했다.


기껏 살아야 100년을 사는 한 인간의 삶에서, 

권력에 취해,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무고한 가족들을 도륙하고, 

미움을 부추기고, 거짓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모함하고 또 순진한 국민을 선동하는, 

비루하고 남루한 참혹한 괴물 군상들만을 보아오다가, 

그의 악단이 들려주는 단 한줄기의 선율과 단 한 소절의 아리아가 

세상은 그렇게 쓰레기들로만 차있지는 않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랬다..

이것이 예술의 존재 이유이고, 그렇게 순수한 노력들이 만든, 경지에 이른 예술이 주는 선물이었다.



ps. 1.

오베르 쉬르 와즈 페스티벌

FESTIVAL D’AUVERS-SUR-OISE 30 avril - 28 septembre 2023

https://festival-auvers.com/

매년, 여름, 고흐가 말년을 보낸 곳, 

그리고 생을 마담하고 묻힌곳으로 유명한 오베르 쉬르 와즈에선 '작은 음악축제' 열린다.

바로 '오베르 쉬르 와즈 페스티벌'이다.

단돈 20유로(2만 8천 원)로 세계적인 공연을 볼 수 있다. (10유로짜리 티켓도 있다.)


ps. 2.

정말 풍요로운 세상이다. 

크리스티와 그의 악단이 수년간 공들여 완성한 음악을, 

그 공연을 유부트로도 무료로 볼 수 있다.

24분 26초, 제1 바이올린인 악장의 반주로 시작하는 바이올린과 첼로 그리고 합시코드 위에 얹어진 아리아의 선율은, 헨델이 과연 바흐와 동시대를 산 거대한 음악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가능했던 것은, 다름 아닌, 바로크의 거장, 윌리엄 크리스티... 그의 존재 덕분이었다.

그들에게 감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SKaNhcGu5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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