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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와 대통령 그리고 이재명
윌리엄 크리스티(3)

파리의 우버 운전사

모든 지휘자가 윌리엄 크리스티 같을 수는 없다. 

단원들을 '꽉' 휘어잡고, 모든 음을 자신이 원하는 색깔로 만드는 것은, 

크리스티가 '바로크'로 대표되는 '고전음악'의 '연구자'로서 '복원'의 의미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고전 이후의 음악을 연주하는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경우 단원과 마에스트로의 관계는, 

아무리 지휘자가 단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하여도 '단순한 상명 하복'의 관계는 아니다.

'상하 관계'인 것은 맞지만 단원을 '설득'해서 끌고 가야 하는 것이 마에스트로의 임무다.

어쨌거나 소리를 내는 것은 단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클래식의 제왕(차르)이었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마저도, 다큐에 등장한 실황에서, 

무대를 마치기 전, 단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말을 한다. 


카라얀이 세상을 떠나고, 빈 왕좌를 누가 계승할 것인가를 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을 당시, 

후계로 결정된,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로 결정된 것은 이탈리아 출신의 클라우디오 아바도 였다. 

당시 월간 객석의 기사 제목은 "베를린 필의 단원들이 선택한 아바도"였다. 

지휘자는 '하늘'이 내거나 누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단원'이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마치 대통령을 '국민이 뽑는 것처럼...


그렇다고 지휘자가 무작정 단원들의 소리를 '검사'하는 정도의 '존재'라고는 또 볼 수 없다. 

지휘자는 악단을 설득하고, 음악적 지향을 제시하고 다시 설득하고 독려하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지휘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우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할 거야 자기들끼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걸 아마"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세계적인 지휘자의 말이다. 유튜브 방송 중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연습도 악장과 주로 할 것이고, 소리는 날것이니, 

지휘자가 무엇을 원하더라도, '완전히 설득'되지 않는다면,  

결국, 마에스트로는 '팔만 흔드는 사람'일뿐이다.  


그래서 마에스트로의 존재는 단원들을 어떻게 구워삶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닮아있다. 

대통령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 결국은 손발이 되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공무원들의 몫이다.

여름이 되면, 파리 교외는 물론 프랑스 전국의 도시들엔 플래카드(현수막)가 나붙는다.

정치적인 미움과 선동 비판의 플래카드가 아니다. 

마을마다, 그 여름의 축제들, 더위를 식히기 위한 수영장의 위치들, 작은 공연들 전시들의 소식들이다. 

그런 작은 마을들의 시청이나 도청을 거면 어디 할 것 없이 모두 쓰러질 듯 낡은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수억을 들여 화려한 도청과 군청을 짓기보다, 

매년여름휴가철,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가족들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꼭 '연대(solidarité)라고 쓰여 있다. 돈을 그렇게 쓰고 있는 것이다. 


'현명한' 나라들은 국민들이 한 번이라도 더 웃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돈을 쓴다.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봉사자들, 축제의 봉사자들은 그 행사가 지역의 자부심이고, 그곳의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공무원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때론 겁박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코로나 때 그렇게 열심히 싸워 주었던 공무원들이었다.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모두 무기력해 보였다.

위대한 마에스트로는,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도 프로급의 선율을 선사하고,

무능한 마에스트로는, 

최고의 단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도 아마추어들의 소리를 낸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이재명'이 만드는 세상이 보고 싶었다. '권력'이 아닌 '권한'을 원했던 사람.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얼마나 유능한 사람들인지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던, 

그의 자신감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보고 싶었다.


윌리엄 크리스티의 음악을 들으며 이재명이 떠올랐다. 

베를린 필의 초대 지휘자이자 최초의 전문 지휘자였던 한스 폰 뵐로는 말한다.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다. 나쁜 지휘자가 있을 뿐이다."

'프로'들의 모습이 눈물 나게 부러웠고, 우리 시대와 우리의 운명 또한 눈물 나게 통탄스러웠다...




ps.

카라얀이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였다면,

그의 후임이었던 아바도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지휘자였다.

모든 단원들에게 따뜻한 눈빛을 주었던 그는 말년에 암으로 투병했다.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있는 아바도의 말러 5번 아다지에토...

단원을 믿는 마에스트로와 마에스트로를 믿는 단원이 만들어낸 음악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eaCjyxrg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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