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바흐는 끝이 없네... 2

파리의 우버 운전사

아직도 못 들은 곡이 있네...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1천 곡이 넘는 방대한 양인데,

어떻게 다 들으며, 또한 다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참 새로웠다.

라디오 클래식에 초대된 젊은 피아니스트의 신보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바흐 작품번호 942번

카프리치오, 그 뜻은 

"카프리치오는 '변덕스러움’ ‘일시적인 기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이다. 17∼18세기에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푸가형식의 작품들을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며 일정한 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요소가 강한 기악곡을 뜻하기도 한다.(출처: 나무위키)"


이곡의 작곡배경은, 여행을 떠나는 형제를 위해 쓰여졌다고 한다.

바흐답지 않은 라는 설명도 있었다.


이 곡이 새롭게 들렸던 것은, 그 소박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간적 연민이 느껴져서였다.

대개의 바흐의 음악이 신에게 헌사된 것처럼 묘사되는데

(나는 그것이 신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원망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특히나 삶이 어려울 때마다..)

이 음악에선 형제를 향한 가족을 향한 애틋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감정을 풀어놓은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은 편하니까..


가족과 형재 그리고 자매 떠남.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야기는 돌아가신 황병기 선생의 추억담이었다.

서울로 어린 나이에 유학을 떠나는 자신을

마을 동구밖까지 아버지가 데려다주셨다 한다.

손을 꼭 잡고,

그러나 무뚝뚝한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동구밖 마을의 경계에 이르러, 

아들을, 작은 아들을 꼭 안아주셨다 한다.

그것이 말없고 무뚝뚝한, 사랑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우리 옛시대 아버지의 모습이셨다고,

황병기 선생은 이야기하셨었다.


대가인 바흐에게도, 떠나는 가족을 배웅하는 소박함이 있었다.

그것이 좋았다.

여전히 새로움을 주는 그의 음악이 참 놀라웠다.

그리고,

듣고, 또 들으면, 초록빛 입사귀가 어느새 낙엽빛으로 물들듯이,

나의 곁에서 변해가는 그 음악들이,

또, 놀라웠다.

익어가는 가을,

쌓여가는 낙엽을 보고,

새로운 바흐를 만나고서 또다시 나 혼자 중얼거린다.

바흐는 정말 끝이 없네..




https://www.youtube.com/watch?v=NnYNjhkBNiw

                    

https://www.youtube.com/watch?v=sRE-k5wvsZc

빌헬름 켐프의 바흐연주가 이렇게 좋은지 오늘 또 처음 알았다.

매일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매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정치 시사를 잠시 떠나면,

참 아름다운 세상이 보인다.

그러나 잊지는 않을 것이다.

비겁한 정치인들이 이 아름다운 세상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투표하는 그날까지..

https://www.youtube.com/watch?v=xdD1pZz1Vt8

매거진의 이전글 마에스트로와 대통령 그리고 이재명 윌리엄 크리스티(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