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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의 베이스

바흐는 끝이 없네... 3

"이 내림 음표들 보여?

탄식의 베이스라고 해.

피아노에 대해 가장 그리운 게 뭔지 알아?

스코어로 서랜더링하는 거야.

바흐를 알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먼저 이 음표 그다음 이 화음

그리고 손을 펴고 한옥타브 아래로 뻗어...

안전하고 행복한 작은 세상을 만드는 거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The Fabelmans.

영화 속에 그려진 스필버그 감독의 어머니가 바흐의 음악을 묘사는 장면이었다.

저음부로 하강하는 진행이 주는 효과를 '탄식의 베이스'라고 설명한다.

'탄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슬픈 이미지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곡, 

작품번호 974, 바흐의 아다지오를 들어보면 그대로 느껴진다.


무엇이, 

무엇이 이토록 그를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을까..

바흐의 음악은 하느님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 하늘에 대한  원망이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하늘이 너무 원망스러웠던 순간에, 바흐의 음악을 듣자 눈물이 났었다.

인생의 교차로, 삶과 삶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공감'과 '동감'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렇게, 바흐도 하늘을 원망하며 이곡을 쓰지 않았을까?라고 마음대로 생각해 버렸다.


안전하고 행복한 작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극 중 주인공 엄마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바흐는 그 공간을 만들어 놓았을 뿐, 

안전하고 행복한 작은 세상이라고 생각한 것은 극 중의 어머니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곳까지도 안전하지 않고, 행복하지도 않으며, 작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바로 나 같은..


바흐가 만들어준 공간은 마치 벙커처럼 그 속에 숨어서 안전하게 도피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바흐가 만든, 그의 음악이 만들어준 공간은, 슬픔의 심장부요 우리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한복판이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삶을 좀 더 천천히 느리게 보여주며, 그 슬픔의 정체를 다시 한번 곱씹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슬픔을 관조하고 동행하게끔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시간을 잠시 느리게 해 주고, 때론 정지시켜 준다.

깊은 탄식과 침잠은

수많은, 고통받는 이들과 고단한 삶의 그림자인 것이다.


바닥으로 끝없이 가라앉는 이에게,

언젠가 바닥에 닿거든 바닥을 치고 올라오라는 충고까지도 '폭력'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

같이 동행해 주는 것이 아닐까...

때론 바흐의 음악이 그렇게 느껴진다.

수많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공기처럼 함께 있어주는 것...


https://www.youtube.com/watch?v=-jRysQLi0gE


https://www.youtube.com/watch?v=c2gVYB5oZ7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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