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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디톡스

타협과 디자이너

디자인이야기-디톡스

by 이기복

욕심있는 디자이너라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제품이 멋지며, 다른 서비스들에게 영감을 주고, 또한 완벽한 사용자 경험으로 사용자들을 놀랍게 해주는 그런 제품이 되길바란다. 그리고 그런 이상적인 디자인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막상 디자인을 가져가 만들려고 하면 현실은 다르다. 몇몇 특별한 회사와 상황을 제외하고는 하고자하는 일보다 대부분 개발인력이 부족하며, 그것보다 시급한 일들이 잔뜩 밀려와 고심했던 디자인과 스펙은 팔다리가 하나씩 잘려나가기 일쑤이다.


그렇게 한차례 두차례 못난이가 되어버리는 경험에 의지가 한풀 꺾이거나, 때로는 좌절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있고 보고있기에 힘든 현실이다)


950963c1e1771c00489bd37c3d1d2053.jpg Antonio Sortino | Synergy Art - Illustration Agency


하지만 역설적으로 디자이너는 결국 이 과정들 속에서 자신만의 ‘완벽함’을 내려놓고 잘 '타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타협'이라는 단어는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는데,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덜 좋은 선택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아름다운 말로는 ‘우선순위’라는게 있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당연히) 시간이 부족하며 (당연히) 자원이 넉넉치 않고 (당연히) 경쟁자들 사이에서 생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타협은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잘 타협하느냐’이다. 현 시점과 상황에서 꼭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 나머지는 과감히 버릴 수 있는 훈련. 그것이 바로 똑똑한 타협이며, 그런 타협을 잘 할 줄 아는 디자이너가 결국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작은 스타트업에 있다면 타협해야할게 많고 개선되지않는 현실에 지쳐갈 수 있다.

하지만 멍청하거나 게을러서 하는 타협이 아닌 똑똑한 타협을 위해 오늘도 노력 했다면, 제품이 궤도에 오르게 될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자.

왜냐하면 그동안의 똑똑한 타협들이 모여 고객을 불러오고, 가치를 만들어내고, 성장으로 돌아오면서 불만족스러웠던 것들도 조금씩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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