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113 by The Happy Letter
보랏빛 실타래 하나
누가 풀숲에 던져두고 갔나 했다
멀리서 봤을 때
공처럼 둥근 보랏빛이 내 시선(視線)을 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너는 공을 닮은 꽃이었구나
너는 어디에서 왔으며
네 꽃줄기는 어디에 다 감추었느냐
찬찬히 들여다보니
너는 하나의 꽃이 아니구나
촘촘히 피어 그 수가 백은 족히 넘어 보인다
어떻게 한 줄기에서 서로 싸우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빼곡히 함께 꽃 피울 수 있는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자라난 키는
어떻게 그렇게 똑같을 수 있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너의 비현실적인 공 모양 원형(圓形)은
우주(宇宙)의 원형(原形)을 보는 듯하구나
완벽(完璧)을 추구하는 불완전한 나는,
눈앞의 현실(現實) 조차 비현실적이라 보는 나는
너의 경이로운 자태(姿態)에 전율을 느낀다
내 편협한 시선(視線)으로
이 조화로운 세상(世上) 잘못 볼까 두렵다
이 독백(獨白) 누가 들을까 두렵다
by The Happy Letter
편협하다(偏狹--) : (사람이나 그 안목이) 좁고 한쪽에 치우쳐 있다.(다음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