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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May 16. 2024

어떤 독백(獨白)

THL 창작 시(詩) #113 by The Happy Letter


어떤 독백(獨白)



보랏빛 실타래 하나

누가 풀숲에 던져두고 갔나 했다

멀리서 봤을 때

공처럼 둥근 보랏빛이 내 시선(視線)을 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너는 공을 닮은 꽃이었구나

너는 어디에서 왔으며

네 꽃줄기는 어디에 다 감추었느냐


찬찬히 들여다보니

너는 하나의 꽃이 아니구나

촘촘히 피어 그 수가 백은 족히 넘어 보인다

어떻게 한 줄기에서 서로 싸우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빼곡히 함께 꽃 피울 수 있는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자라난 키는

어떻게 그렇게 똑같을 수 있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너의 비현실적인 공 모양 원형(圓形)은

우주(宇宙)의 원형(原形)을 보는 듯하구나

완벽(完璧)을 추구하는 불완전한 나는,

눈앞의 현실(現實) 조차 비현실적이라 보는 나는

너의 경이로운 자태(姿態)에 전율을 느낀다

내 편협한 시선(視線)으로

이 조화로운 세상(世上) 잘못 볼까 두렵다

이 독백(獨白) 누가 들을까 두렵다



by The Happy Letter













편협하다(偏狹--) : (사람이나 그 안목이) 좁고 한쪽에 치우쳐 있다.(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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