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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Aug 11. 2023

해외여행 - 어디론가 한 번쯤 훌쩍 떠나고 싶은 이유?

그 낯선 길 떠나기 전 망설이는 분들에게


이번엔 지난 주말에 초고를 쓴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 또는 언제 한 번 여행을 떠나기 위해 생각 중이신 독자분들도 함께 읽고 사유해 보시면 좋겠다.






지난 3년 동안 갑갑했던 코로나19 팬데믹(COVID-19 pandemic)을 겪으면서 특히 평소 여행을 자주 가던 분들은 그동안 멀리 해외여행을 못 가서 더욱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컸을 것이라 본다.


이는 비단 해외여행 애호가 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여행이라 하더라도 불현듯 답답한 집을 떠나 어디로든지 길을 떠나고 싶다는 어떤 여행에 대한 '갈증'은 어쩌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가 아닐까 싶다. 다만 시간과 (재정적) 여건이 안되어 못 나서고 있을 뿐이지.


다음 [어학사전], 불현듯 : 갑자기 어떤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매번 여름휴가 시즌이면 으레 2~3주 정도 (또는 한꺼번에 한 달 가까이도)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나는 유럽 사람들은 정말 'Travel Lover'들인 것 같다. 여기 현지 직장인들은 일 년에 대개 기본적으로 "최소" 5 ~ 6주 휴가를 갖는데 여름휴가 때와 연말 전후로 많이 쓰는 편이다. 물론 수시로 미리 신청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필자도 한동안 휴가도 못 가고 여행을 제대로 다니지 못해서 어찌 후일 여행경비를 좀 저축하고 모든 준비가 잘 갖춰지면 언젠가는 네팔(Nepal) 히말라야 산맥(Himalayas)을 한 번 등반해 보리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일종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중의 하나다.


물론 필자가 전문 등산가도 아니기에 반드시 어떤 정상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네팔 정부가 관리하는 지역 쪽 그 산에 입산료가 얼마며, 수천 미터 산 중턱까지라도 그 지역 산행 자체가 고산병 때문에 위험하다 등등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어느 날 인가 눈 덮힌 히말라야 산 최고 정상에 어떤 병목 현상으로 등반 중 다친 부상자를 (등반하는 사람들의 "사람(교통) 체증"현상으로 하산길이 막히다 시피해서) 빨리 산밑으로 이동시키지 못해 불행한 일을 겪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접한 히말라야 산행(등반) 길의 사진 몇 장은 - 입산료에 청소비가 얼마 정도 포함되는지는 모르겠지만 - 그 산행길 곳곳에 등반객들이 버리고 간 온갖 지저분한 쓰레기 더미들로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야말로 신비롭고 경이로운 천연 자연의 최고봉 산자락과 수천 미터가 넘는 고산 지역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건 뭐, 산이 아니라 거의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하고 있었다. 순간 우리의 여행도 또 다른 자연환경 파괴 요인의 하나일 뿐 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사를 접한 이후로는 굳이 나까지 거기 가야 하나? 그 비싸고 험난하고 위험한 그 산에 내가 꼭 가야 하는가 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갔다 오면 자랑거리인가? 그냥 그저 자기만족 때문에? 그래서 실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참고로, 이미 아시겠지만, 스웨덴 환경운동가인 여학생,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기후위기에 맞선 환경운동을 주창(主唱)하면서 - 유럽지역 행사 참가로 이동할 때 - 환경 공해의 주범중 하나인 '비행기'를 애써 타지 않고 장시간 아주 먼이동거리를 '기차'로만 이동해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연간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북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태양빛을 즐기려고 남부 유럽국가들(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이나 북아프리카 지역으로도 많이 여행을 간다. 영국, 프랑스나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좀 싼 편이라는 말도 있으나, 필자 개인적으로 볼 때, 유로화의 화폐 통일 이래로 점점 더 올라 '상향평준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동남아시아지역 국가들로도 많이 여행 간다. 20여 년 전 남아시아 지역에 큰 자연재해(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났을 때 불행하게 희생된 수많은 사망자와 실종자 중에 유럽에서 온 여행객들도 다수 있었다.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등 남아시아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30여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그 당시 희생자들 중에는 인도네시아 등 인근 국가들의 현지인들 뿐만 아니라 수천여명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운한 희생은 모두에게 참혹하고 끔찍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도 우리들의 여행은 계속되었고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낯선 모험과 여행을 통한 어떤 힐링(healing/soothing)을 위해 장시간 공항 대기줄과 기다림, 그리고 긴 비행시간을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길을 나서고 있다.






우리는 왜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또 때로는 어떤 위험까지도 감수하며, 또 때로는 본의 아니게 "환경 공해"를 야기하며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저마다 처한 형편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일 비슷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 '생활인'으로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이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을 항상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네 인생은 우리가 다 아는, 우리가 이미 경험한 것, 그게 전부가 아니라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우리를 여행길에 나서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리네 인생 여정은 지금 갖지 못한, 알 수 없는 어떤 미래를 향한 '꿈'을 좇아가는 그런 길이 아닐까?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음'을 더 절실히 느끼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여기저기 갈 곳을 계획하고 메모하고 또 이것저것 준비물을 챙기면서도 '설렘'과 약간의 '흥분'으로 이미 여행의 맛을 느끼기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물며 여행지에 도착해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야!


낯선 곳 모르는 길을 물어가며 찾아다니고 경탄과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황홀한 자연 경치, 혹은 그 나라 그 지역의 멋진 문화적 랜드마크(landmark),


그리고 오며 가며 마주친 사람들과의 조우(遭遇), 이색적인 음식과 한가한 길거리 풍경..,

늦은 저녁 스치듯 지나가며 본 바(bar)에서 흘러나오는 이국적(exotic) 음악, 그 현지의 "외국"사람들...



다음 [어학사전], 조우(遭遇) : 어떤 인물이나 사물, 경우를 우연히 만나거나 마주침.




세상에서 제일 참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잠'이라고 최근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졸음'은 정말 누구도 이기지 못하는 본능적인 생리적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우리가 이런 생리적 현상은 (분명히?)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우 참기 어려워하는 '인간 본성' 중의 하나가 바로 "무료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 [어학사전], 무료(無聊) : 흥미가 없어 심심하고 지루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심하면 잘 참지를 못한다. 뭔가를 해야 한다. 그 심심함을 깨기 위해서, 무료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어딘가 글을 읽다 보니 심지어 인류 역사상 큰 전쟁들 중 일부는 (정말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지배 권력자들 몇몇이 너무 "심심하고", "다른 할 일이 없어서" 옆의 나라나 한번 건드려 볼까(침략해 볼까) 하는 심보로 발생된 전쟁이라는 분석도 있을 정도다.


모든 폭력과 전쟁은 다 불운하지만 절대왕정 군주 시대였거나, 근현대사이건 상관없이 이런 '인간 본성'과 연계된 배경 분석을 접할 때면 참으로 급 우울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다 '전쟁'을 일으킬 만큼 한가하거나 무료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그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고 절대 권력자도 아니다.


대부분은 하루하루 바쁜 일정 속에 가사와 직장일로 공부로 할 일이 가득하고, 그러면서도 가족도 챙기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소맥도 한 잔 해야 하며 수다도 떨어야 하고, 최신 개봉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도 가야 하고 가끔씩 외식도 해야 하고, 야외로 산책이며 나들이도 가야 하고, 시간을 내어 음악도 듣고 책도 읽어야 하고, 그리고! 그 와중에 브런치에 글도 써야 하고...! 말 그대로, 앞에 놓인 할 일들은 태산같이 많다.




다시 한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물론 우리가 너무 심심하거나 무료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감정과 기분 상태의 근저에는 스스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아무리 급급한 일상에 매몰되어 (눕지 않으면 '하늘'을 못 보는 '돼지'처럼) 산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가슴 설레는 두근거림을 느끼기 위하여, 내가 살아가야 하는 애절한 이유와 내가 '살아있다'는 뜨겁고 자명한 사실을 매번 매 순간 간절히 자각하기 위해, 그러한 생명의 동력 같은 '자극제'를 찾아 나의 몸과 마음에 투여하듯 우리는 또다시 그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음 [어학사전], 급급(汲汲)하다 :

1. 온통 정신을 쏟아 딴생각이 없다.

2. 매우 바삐 서두르거나 다그치는 데가 있다



여기서 국내 여행이냐 해외여행이냐 어디로 얼마나 오랫동안 누구와? 등은 좀 부차적인 것이고, 문제는 내가 떠난다는 것이다.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마음속으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듯 그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다면 이미 여행의 반은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으리라.


내가 잠시나마 여행 가는 곳은, 어쩌면 나만의 "일시적 망명"(tentative exile)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우리는 지금도 상상 속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나의 무료한 일상이 주는 권태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분전환' 이상의 의미로도 '나만의 여행'을 떠날 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여행 떠남을 주저하거나 혹은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있다가는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니까 그냥 한번 훌쩍 떠났다가 오게 내버려 두라 라고 말해 보면 어떨까? 그 기다려야 하는 이의 아쉬움과 슬픔보다 내가 더 많이 마음이 지치고 아프다고 한 번 말해 보면 어떨까? (또 다른 어떤 사치품에 지출하는 것보단 훨씬 건강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적어도 우리가 떠나는 여행은 영영(永永) '이주'나 '이별'이 아닌, 다행히 언젠가는 꼭 다시 돌아옴을 - 또 살아서 돌아와야 함을 - 예정하고 있으니까.






필자도 이 참에 히말라야 산 중턱 3천 미터 고지 산행을 다시 한번 꿈꾸어 봐야 할까 봅니다. 물론 그럴 재력과 체력부터 먼저 길러야 하겠지만요.


독자분들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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