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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May 27. 2024

살아가면서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

feat. 독일 치즈케이크(German cheesecake)


글 제목은 거창하게 잡았지만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일상과 그런 단상이다. 저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어설프게 해당 사안을 일반화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살아가면서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로 필자에게 제일 먼저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부모로부터 보고 배운 언행(言行) 그리고 말투다. (아이들이 평소 말할 때 보이는 표정, 말하는 속도나 목소리 크기 등도 그렇다.) 이런 습관과 버릇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쉬이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고 한다. 자식을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듯 특히 아주 어릴 때 받은 (스펀지처럼 흡수한) 부모의 영향은 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무지무지 크게 그 아이의 인성, 심성과 됨됨이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의 성격과 그런 인격형성 과정, 정체성 등을 제대로 알아보려면 실은 아주 어릴 적에 함께 했던 그 당시 부모(또는 부모와의 관계)를 연구해 봐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보고 배우고 따라 했던, 또는 세뇌처럼 길들여졌던 세세한 일들과 과정을 지금은 대부분 더 이상 잘 기억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성장하면서 받은 교육과 반복된 학습을 통해 습득한 시대정신과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제기한 개념인 '아비투스'(habitus) 같은 '습관'이다고 본다. 자신이 (싫든 좋든) 속한 시대, 어떤 특정 사회계급이나 계층, 또는 어떤 소속된 집단에서 형성된 특유의 무의식적 행동 양식도 쉬이 잘 바뀌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생각과 사고의 '습관' 같은 고정관념은 우리 사회 공동체 속에서 때로는 세대갈등과 젠더(Gender)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계층(계급)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와 함께 잘 바뀌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습관들의 누적된 반복을 통해 형성된 자신만의 주관적 '선입관'(先入觀)이다. 우리가 마치 아 프리오리[a priori]처럼 후천적 경험 이전에 이미 부여된 것으로 여기는 인식이나 개념을 벗어나기가 어렵듯이, "선험적"(先驗的)이라고 여기고 있거나 그렇게 착각(?)하는 (머릿속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로워지거나 거리를 둔 채 비판의식을 갖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같다.


좋은 말로 ”신념”이라고도 하지만 때로는 자기 객관화(客觀化)가 안되거나 자가당착(自家撞着)적인 경우[고집]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글의 테마, 살아가면서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에 언급할 항목은 식습관, 바로 음식 입맛이다.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자랑하고 추천하는 음식 말고 내가 즐겨 먹었고 좋아했던 음식말이다.


어디서 누가 아무리 맛집이니 맛이 환상적이니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맛있다는 걸 떠나 내가 먹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걸 먹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음식 입맛과 식습성은 좀체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이에 덧붙여, 짜게 먹거나 싱겁게 먹는, 또는 맵게나 안 맵게를 넘어서서 심지어 밥 먹는 속도나 식탁에서의 식사 예절도 어릴 때 형성된 습관은 성인이 된 후에도 잘 바뀌지 않는다. 술을 처음 배울 때도 제일 먼저 집안 어른들한테 잘 배워야 어디 가서 욕 안 얻어먹고 실수하지 않는다고 흔히들 말한다.


둘이서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때 반복되는 습관과 행태를 유심히 지켜보면 심지어 그 사람의 인성이 보인다고도 한다.




해외에 나가서 살다 보면 확연히 그리고 절실히 느끼는 아쉬움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손꼽히는 것은 향수병 중의 하나인 고향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다.(예를 들면, 김치라든가 된장찌개 등) 특히 예전에 어릴 적 자주 즐겨 먹던 음식들이 너무너무 그리워진다.


저마다 성장배경과 경험한 환경,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도 가끔씩 김치찌개, 국밥, 찐빵, 단팥빵 등등 그리운 음식들 때문에 힘들 때가 있다.




여담이지만 필자에겐 미래에 그리움의 대상이 될 새로운 음식이 또 생겼다. 바로 독일 '치즈케이크'(cheesecake)[Käsekuchen]이다.


흔한 맛집 디저트 케이크처럼 화려한 색상도 모양도 아니지만 담백한 맛의 이 치즈케이크는 단맛도 다른 케이크처럼 그렇게 많지 않아 아무리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필자는 아무런 추가 토핑이나 데코가 없는 치즈케이크를 선호한다.)


그래서 '디저트'라기보다는 오히려 출출할 때 ‘간식’으로 또는 나른한 오후 시간 티타임 때 커피나 차와 함께 먹으면 입 속에 살살 녹는 그 맛도 일품이지만 독일 커피와의 페어링도 정말 '예술'이다.(지금은 여기선 못 먹어 아쉬운 단팥빵과 찐빵을 아주 훌륭하게 대신해주고 있다.)


여기는 집집마다 전해오는 할머니(손맛)표 치즈케이크가 있다. 저마다 자기 집 할머니 특유의 비밀 레시피(recipe)와 그 레시피로 직접 만든 홈 메이드(homemade) 치즈케이크가 제일 맛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무슨 파티나 이벤트 행사에 초대받으면 집에서 이 치즈케이크를 직접 구워 가지고 가기도 한다.


필자가 어린 시절 맛있게 먹었던 '단팥빵'의 추억과 그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듯 갓 구워낸 이 독일 치즈케이크의 담백하고도 부드러운 맛은 먼 훗날까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German cheese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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