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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May 09. 2024

일 년에 두 번 기념하는 어버이날


경제적 여유가 좀 있는 사람들 중에는 지금껏 빚 한 푼 없이, 그리고 주변에 어떤 금전적 신세 하나도 지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도 꽤 많이 있을 것이다.


큰 개인사업체나 법인 기업체의 경영관리를 하듯 캐시플로(cash flow) 운영기법상 또는 대차대조표(balance sheet)를 일부러 특별(?)한 전략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면 (개인 자격의 입장에서는) 누구나 '부채'없이 살고자 할 것이다.


필자도 은행 대출 등 금융권이든, 가족이나 친구, 지인이든 부채 없이, 그러니까 가능한 한 좀 빚지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혹시 예전에 어쩌다 빌린 물건이나 금전(경조사 부조금(扶助金) 등) 관련 아직도 되돌려주지 못하거나 갚지 못한 게 있을까 봐 마음 졸이며 골똘히 생각하다가 찾아(기억해) 낸 적도 있다.


아직 내가 기억해 내지 못한 그런 "빚"들이 많이 남아 있을지도 몰라 하나씩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들여다보며 갚아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돈을 빌렸다면 '이자'까지도 갚아야 하고, 밥을 얻어먹었다면 좋은 식당으로 식사 초대해서 대접을 하고, 또 어떤 신세나 혜택을 받았다면 감사의 글과 꽃다발로라도 내 마음을 표하고자 할 따름이다.


"나중에"는 불가능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난 일들에 대한 기억들이 가물가물한데 더 나이 들어 노쇠(老衰)하여 병들어버리면 모든 것들을 다 망각(忘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의 취지마저도.


어떤 기억상실을 초래(招來)하는 중병(重病)에 걸릴지도 모르고, 무엇보다도 나에게 그런 소중하고도 고마운 애정과 호의를 베풀어준 분들이 언제까지 살아계실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도록 노력해도 다 갚지 못할 은혜(恩惠)가 있다. 사랑으로 베풀어 주신 크나큰 은혜다.


사람들은 믿음의 영역으로 '원죄'(原罪)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처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죄"(罪)가 아니라 "원빚"이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버이날에 즈음하여 내 마음속 회한(悔恨)과 ‘빚’은 여전히 한없이 아쉽고 또 무겁기 그지없다. 애당초 어설픈 그 "부채의식"으로 뭘 어찌 갚으려 어쭙잖게 나서는 그 자체가 부끄러워지는 하루인지도 모른다. 또 늘 더 잘해드리지 못해 더욱더 고개를 들지 못하는 하루인 것 같다.


온 세상 축복받으며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가장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꽃 한 송이, 작은 선물 하나로 존경과 애정의 뜻을 전할 뿐이지만 (평소 그런 마음은 표현도 잘 못했지만) 절대 다 갚지 못할 ‘마음의 빚’은 내 가슴 깊은 곳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또 이 세상 떠날 때까지 기억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일 년에 어버이날은 두 번 기념해야 하지 않을까? *5월 8일과 그리고 바로 나를 낳아주신 내 생일날에도!


절 낳아주시고 이렇게 장성(長成)할 수 있도록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은혜 다 갚지는 못하겠지만 늘 사랑과 감사의 마음 잊지 않고 잘 살게요!





(*오늘은 이 감사의 글을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원죄1(原罪) : [기독][천주] 성서에서,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하와가 신의 명령을 어기고 에덴동산에서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善惡果)를 따먹은 인류 최초의 죄.(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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