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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Apr 29. 2024

<눈물의 여왕>은 왜 일찍 끝나지 못하나? (두 번째)

[최종회]가 끝난 후


[최종회]가 드디어 끝났다. 높은 시청률을 보인 화제의 인기 드라마이다 보니 최종회까지 다 보신 분들 사이에 이러쿵저러쿵 TV시청 소감(所感)들이 분분한 것 같다.


16부작 tvN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2024)에 관한 필자의 두 번째 글이다. 필자가 최근 발행한 첫 번째 글에 독자(작가)분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망설이다가 (드라마의 주요 내용을 최대한 스포 하지 않는 선에서) 앞 글에 이어 또다시 한번 써본다.


큰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에 어떤 감동을 느끼는지 여부나 그리고 비평 내지는 어떤 평가를 하는 것도 지금까지 정주행 하며 끝까지 다 시청하신 분들 각자 개개인의 몫이라고 본다. 앞선 첫 번째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도 (필자 또한 관심 갖고 흥미롭게 그리고 아주 재밌게 지켜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극히 개인적 감상과 단상일 뿐이다.




앞서 발행한 글에서도 이미 에둘러 언급한 것처럼 [최종회]가 갖는 무게와 그 결말에 대한 기대는 엄청나다. 드라마에 같이 등장하는 주변인물과 그런 조(조)연들의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산만하게 많이 늘어놓다 보면 "산으로만 가는" 것 같아 보여 좀 위태위태해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 드라마도 과연 그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궁금증이 증폭되는 만큼 그 기대도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회(16회)는 방영시간도 1시간 50여 분에 달할 만큼 앞서 방영된 여느 다른 회차보다 더 많은 분량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회심의 반전"은 없었다. 미래의 작가 지망생으로서 필자 개인적으로는 우려했던 대로 어떤 진부하게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오히려 최종회 편과 그 뒷부분에 길게 늘어뜨린 에필로그(epilogue) 같은 형식의 "그리고 그 이후" 스토리에서 보여준 장면들은 기존의 식상함을 넘어 억지스러운 결말의 마무리 마저 보여주고 만 것 같다.


15회와 최종회(16회)를 보기 전에도 필자는 이미 13회에서 아니면 14회 정도에서라도 이 드라마를 ‘오픈 엔딩’(open ending)으로 끝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견해를 첫 번째 글에서 피력한 바 있다.


필자는 최종회까지 다 지켜본 지금도 여전히 13회 내지는 14회에서 (가장 궁금해할 사건 또는 상황을 미결 상태로 두는) 오픈 엔딩으로 끝나도 이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와 구성에 따르는 기승전결(起承轉結)에 크게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정 아쉽다면 홍해인(김지원)의 "00 수술 이후"와 "그리고 그 이후" 이야기들은 후속 편으로 <눈물의 여왕2>를 따로 기획하는 것도 방법이고.




필자는 이 드라마 중반까지도 가슴 아프게 하면서도 뭉클한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한 편의 젊은 남녀의 애틋하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Love Story)로 상정[예측]하고 지켜봤지만, 정작 이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인 박지은 님을 비롯한 드라마 제작진들은 좀 다른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최종회 말미 부분을 유심히 보신 시청자분들은 공감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실은 앞서 언급한 젊은 남녀의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거칠게 표현하자면) 잘 쓰인 "화목한 부부생활 지침서"용으로 제작된 드라마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는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일 뿐이며, 과연 결말이 어떻게 될까 함께 궁금해하며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본 다른 시청자분들은 - 최종회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 전체에 대한 - 나름대로 각자 다른 견해를 갖고 있을 수 있음을 존중한다.


하지만 이런 관점과 해석에 여러 논란의 여지가 없게끔 엔딩 크레디트 전에 이 드라마는 심지어 "Happy ending"이라고 까지 큼지막하게 쓴 화면을 몇 초간 일부러 따로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는 절대 새드 엔딩(Sad ending)이 아니라는 뜻으로!?) 드라마 마지막 회를 무슨 만화적인 요소까지 장착하며 끝내려 했는지 좀 의아스럽기까지 한 대목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최종회 마지막 (화면) 자막에다 아예 이렇게 분명히 못 박아 두는 것을 보는 순간 제작진과 작가의 그 의도는 더욱 분명해졌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출처 :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2024) 최종회 마지막 자막 중에서)


이것(자막) 또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여부는 시청자 개개인의 해석과 판단에 따라 정해질 개인적인 영역이겠지만 이런 자막을 보고 놀라기 이전에 이미 최종회 말미에 그런 마지막 자막 메시지의 징후(徵候)가 보였다고 생각한다.


"...... 그럼 어차피 한편 먹는 건데, 결혼이 그런 거잖아요?"라고 운운하며 백현우(김수현)가 홍해인(김지원)과 대화를 나누는 "결혼 프러포즈" (회상 장면) 대사들에서 이 드라마를 쓴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요약정리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는 의도를 보게 되었다.




최종회에서 지금까지 전개되었던 소소한 사건들이나 주변인물들의 인생사를 “정리정돈”(죽게 하거나 어디 멀리 보내버리거나) 하는 것보다 더 시청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의 (어쩌면 그런 메시지에 가두려는 것처럼 보이는) "인위적" 정리정돈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저마다 감정이입해서 극 중 인물에 몰입하며 지켜보는 우리 시청자들의 감성과 안목(眼目), 그 상상력과 판단력을 믿지 못하는 걸까? 설령 우리가 해피엔딩을 의도하는 작가의 뜻을 존중하여 '사필귀정'(事必歸正)과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과정을 십분(十分) 이해한다 하더라도 시청자를 위한 "요점 정리"나 "모범 답안" 같은 메시지 정리를 드라마 끝에 자막을 통해서 보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드라마 (작가)의 의도를 어떻게 느끼고 또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는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맡기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그런 모범답안 제시 같은 자막 메시지를 마지막 화면에서 읽기 위해 시청자들이 최종회 중에 나오는 PPL(Product Placement ; 00 커피, 00백 등)을 감내하며 끝까지 지켜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최종회에는 배경으로 나온 독일 베를린 인근 포츠담(Potsdam)에 있는 Sanssouci Palace(상수시 궁전)만 괜히 더 부각(浮刻)되고 도드라져 보였다.


앞서 이 드라마 중간중간에도 이미 몇 번 나왔는데 특히 최종회에 같은 장소가 반복적으로 제법 긴 분량으로, 그리고 아예 장소 이름까지도 드라마 화면에 노출되어, (여담이지만) 다가오는 여름휴가시즌에 어쩌면 유럽여행지 방문 코스 중 하나로 이 드라마 촬영장소인 Sanssouci Palace도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부분도 의도된 것이라면 가히 성공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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