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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Apr 26. 2024

그는 나의 첫사랑일까?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커플 매칭(짝짓기) TV프로그램에 열광한다. 처음에 한 두 개 인기를 끌더니 각종 채널마다 우후죽순(雨後竹筍) 격으로 (조금씩 콘셉트가 다르긴 하지만) 최근 비슷비슷한 연애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난 것 같다.


각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차별화를 두려 하다 보니 참가자(출연자)들이 그냥 미혼인 싱글(single) 남녀뿐만 아니라 이혼 경험이 있는 돌싱들, 기존 커플의 환승, 동창, 남매, 고교생, 아이돌 그룹 등으로까지 그 대상이 확장되고 다양화되고 있는 형국(形局)이다.


실은 이미 예전에 MBC TV <사랑의 스튜디오>라는 짝짓기 예능프로그램이 그 당시 다소 보수적(?)인 공중파 방송에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 프로그램은 지금처럼 여러 회차에 걸쳐 이어지는 에피소드 구성은 아니었지만, 또 지금처럼 (비록 연출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 때도 가끔 있지만) 과감한 드립의 멘트와 구애(求愛)의 감정표현, 그런 플러팅(flirting)은 없었지만 당시 좀 어색해하면서도 쭈뼛거리는 참가자들의 풋풋한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우리는 왜 이리도 남의 커플 연애에, 남의 짝 찾기에 관심이 많을까? 지금 솔로(solo)이거나 미혼인 분들은 이해가 된다. 자기에게 맞는 연애 (예비) 상대를 찾아가는 과정을 감정이입(感情移入)해서 몰입하며 지켜보다 보면 그 미세한 감정선 변화에 따르는 심리적 긴장감을 함께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부(有夫/有婦)들은 왜 그렇게 열광하고 또 각 TV방송마다 해당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상승에 도움을 주는 걸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참가자(출연자)들의 계속 이어지는 감정 전개와 그 최종선택이 궁금해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요즘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마인드, 혹은 그들 각자가 갖고 있는 심리 기저에 기반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과 반전에 그리고 그 '리얼리티'(reality)에 여느 다른 예능프로그램보다 더 눈이 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필자의 졸고, [우리가 '퇴사'와 '이혼'이야기에 클릭하는 이유 3가지] 중 그 3번째 이유가 다시 떠올라 여기 짧게 옮겨 둔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그런 글들에(정확히는 그런 글들의 "도배 알고리즘"에) 불평불만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퇴사, 이혼, 불륜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은연중에 또다시 클릭하고 만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내일'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자신만의 환영(幻影)에 빠져서인지도 모른다.


우리(유부)가 남의 커플 연애에, 남의 짝 찾기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를, "은연중에 또다시 클릭하고 마는" 이유를 들어 보라면, 이 또한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다, 그냥 오락성과 재미를 주는 예능프로그램일 뿐이다, 킬링 타임(killing time)용이다 등등 아마 저마다 다양할 것이다.


필자는 이 또한 어쩌면, 아주 어쩌면 '과거'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자신만의 환영(幻影)에 빠져서 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매번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마주 할 때마다 나라면 이렇게 또는 저렇게 (말)할 텐데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떠오를 수도 있고, 아니면 이미 지나간 그때 그 당시엔 '사랑'이라고까지 명명하지 못할 정도로 확신(確信)은 없었지만 저마다 시간이 한참 좀 지나고 나니 문득 지나간, 그 이루어지지 않은 인연이 어쩌면 사랑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즐거운 주말을 맞이하여 그냥 깃털처럼 가볍게 읽고 지나가며 썩소만 지을지도 모르는 글 하나를 그냥 함께 올려둔다.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란다!^^




감정 이입(感情移入) : 어떤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불어넣거나, 다른 사물로부터 받은 느낌을 직접 받아들여 대상과 자신이 서로 통한다고 느끼는 일.(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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