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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ul 05. 2023

여기는 "지잡대"라는 대학은 없다!

- 과열 경쟁, 지옥 같은 입시에 신음하는 '한국' 청소년들을 위하여

어느 날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생소한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필자가 해외에 수년간 살면서 한국 실정에 눈이 어두워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인터넷 신문 기사도 자주 챙겨 읽는 편인데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면서 일견 낯선 그 단어에 의아해한 적이 있었는데, 관련 기사를 쭉 내려가며 읽어보니 이 글 제목에 나와있는 "지잡대"라는 말이 통칭 지방대를 비하해서 부르는 다분히 냉소적인 신조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흔히 말하는 인서울이나 수도권 대학들과는 달리 지방에 소재하는 대학들을 도매금으로 매도하며 폄하해서 부르는 이런 황당무계한 신조어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즉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재학생들이나 그 지방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겪을 말 못 할 모멸감은 이루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이 글은 인서울 및 수도권 내 소위 상위권 명문대에 진학한 약 20% 학생들(한 해 전체 대입 수험생이 약 50만 명이라고 한다면 약 10만 명 정도)의 노력과 결실을 평가절하하는 것도 아니고 그 가치와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도 아님을 먼저 밝혀 둔다. 다만 현재의 학교 교육환경 및 경쟁 구조속에서라면 누군가는 속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의 그룹인 그 나머지 80%(약 40만 명 정도)에 해당하는 학생들, 그리고 지방대 재학생들과 오늘 지금도 지옥 같은 대학입시 준비에 신음하는 한국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모색의 일환으로써 필자가 해외에서 직간접적으로 생생하게 경험한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 사회에도 앞서 언급한 이런 어처구니없는 신조어가 더 이상 난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다 나은 학교 교육환경과 공동체 의식, 관련 제도개선에 일조하고자 한다.




필자가 직장을 다니고 있는 독일에는 그 어떤 대학도 '지방대'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지잡대"라는 말은 더더욱 있을 수가 없다. 각 지역별로 대학들은 교수진, 학업 여건과 환경에 따른 명성과 역사를 자랑할 뿐 대학을 입학 점수로 순위별로 줄 세우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대학 이름만으로 입학 점수대나 등급을 매기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독일 대학들은 입학 점수 순위가 없고, 또한 그로 인해 우리 대학만이 일류대학이다, 명문대학이다 라는 별도의 구분된 수식어도 없다. 구태여 말하자면, 모든 독일 대학들이 저마다 다 '일류'고 '명문'인 셈이다. 왜냐하면 독일은 일찍이 '대학 서열화'를 없앴기 때문이다.



최근 의대 등 일부 인기 학과에 지원자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엔 입학 점수(독일은 김나지움 고교졸업시험인 대입 자격시험, 아비투어[Abitur] 점수를 제출)가 민감하고 또 상대적으로 더 높은 최상위 점수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대학 입학 지원자들은 대학 그 자체보다는 원하는 전공 학과를 중심으로 진학할 대학을 선택하고 입학 지원서를 내는 편이다. 따라서 대학 '졸업시험 점수'는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이름'의 대학을 입학하고 나와야만 최상위권 명문대학 졸업생이 된다라는 것은 애초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 내 고교졸업생 기준으로 볼 때 독일은 대학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대학 입학과는 별개로 졸업하기가 상당히 힘들고 오래 걸려(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졸업은 석사 학위에 해당하는 Diplom / Magister 기준) 중도 포기자도 적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단지 '특정 대학 졸업장'만으로  - 유명한 회사에 입사 지원 시 - 한국처럼 더 유리하거나 보다 더 높은 연봉이나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대학 진학 대신에 전문직업학교 및 기술훈련학교 등을 졸업하고 한 분야의 전문 직업을 갖고 현장에서 몇 년간 꾸준히 일한 전문가와 기술자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보다 대개 더 나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부터 독일 대학도 새로운 3년 학사(Bachelor) 제도를 도입하여 대학진학률이 점차 높아졌지만(최근 약 50%대까지),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약 40%가 채 안 되는 수준일 정도로 고교졸업생들의 대학진학률은 한국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편이었다. 최근 한국은 고교졸업생들의 대학진학률이 약 80%대에 달한다고 한다. 취업하기 위해 이제 한국 사회는 어떤 대학이든 우선 대학졸업장 자체가 거의 필수인 것처럼 되었으며 별도로 고졸 대상의 사원모집 공고가 표기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학졸업(예정) 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취준생들이 모두 선호하는 대기업들은 소위 상위권 명문대 졸업생들을 우선순위로 채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사회에서는 부유한 엘리트 상위층을 유지하거나 그러한 계층에 속하기 위한 발판으로 -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 최상위 대학 입학 점수를 시작으로 최고의 학벌만을 중요시하고 그 학벌에 따른 고액의 연봉, 높은 사회적 지위와 대우를 받는 직업과 직장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우선 최고의 학벌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삶의 최고 중요한 목표가 된다. 흔히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무한 경쟁과 이익 추구, 승자 독식만을 강조한다면 그런 경쟁 속에서는 필연적으로 생성될 수밖에 없는 그 많은 '패자'들의 - 원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속할 수밖에 없는 - 그룹, 앞서 언급한 나머지 약 80%의 지방대생들과 그 지방대학 출신들은 어떻게 이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행복을 함께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빈부의 양극화' 심화와 그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연관된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절대 도외시할 수 없는 우리 사회 공동체 모두가 함께 풀어 가야 할 공동 문제이다.


과연 언제 우리는 대학을 다녔거나 다니지 않았거나 함께 존중하며 살 수 있을까? 과연 언제 우리는 상위권 명문대를 나왔거나 지방대를 나왔거나 상관없이 나름대로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이 사회에 공헌하며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공생할 수 있을까? 하루라도 빨리, 나는 고졸이다, 나는 지방대 졸업했다고 자연스럽게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지금 이 시대의 청소년들도 "고교 3년의 대학 입시 준비와 점수 결과가 앞으로 여러분 인생의 '30년'을 결정짓는다!"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지금의 제도로는 아무리 치열하고 혹독한 경쟁을 해도, 그 많은 사교육비를 들이며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고 새벽까지 코피를 쏟으며 잠 못 자고 공부해도 80%에 달하는 대부분은 결국 그 "지잡대"를 갈 수밖에 없는 제도적 구조다. 자신이 이런 경험을 하고 또 패배하고도 이삼십여 년이 지난 후 똑같이 그 잔인한 과정을 자신의 자녀들에 또다시 '강요하는' 이런 현실 앞에 과연 한국 사회 속 우리 모두가 진정 원하고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지 모르겠고 나만, 내 자녀만 상위권 20%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가?


소위 말하는 하위권 대학이나 지방대, "지잡대"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약 80%의 사람들이 한국사회에서 패배의식에 빠지거나 평생 동안 열등감, 모멸감을 갖고 살지 않게 하기 위해 교육 환경과 사회 여건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우리 모두 함께 서둘러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과열 경쟁과 대학입시 지옥에 신음하는 한국의 청소년들은 진정한 행복을 알지도 누리지도 못한 채 더욱 병들어 갈 것이며, 가장 중요한 사회 구성원인 청소년들이 병들면 현재 사회도 미래 사회도 함께 병들고 말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근본적으로 대학 입시제도와 '대학 서열화' 등이 만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며 따라서 우리 모두가 책임지고 개선해야 할 문제이지, 그저 그들에게 '3년간의 인내심'만 강요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에 의해 만들어진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행하게도 그 고통과 부조리함을 견뎌내지 못하고 어쩌면 '다른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도 계속 더 늘게 되고 또 어떻게든 버티며 견뎌낸다고 해도 대부분 종국에는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그 "지잡대"를 가게 되고 말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책상에 앉아서 그저 공부만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 이제 우리는 다 같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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