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질문 9) 각주(footnote) vs 후주(endnote)
'주석'(註釋) annotation 이란 원래 무엇인가? (이하 글 맨 아래의 각주 footnote 참조)
오늘은 양자택일 이라기보다는 책과 글을 읽으며 문득 떠오른 단상을 한 번 적어본다.
요즘 (창작글 작품을 제외하곤) 무슨 글이나 책이든 각주(脚註) 또는 후주(後註)/미주(尾註) 찾아 읽다가 시간이 다 가는 경우가 많다.(참고 도서명이나 출처만을 뜻하는 것은 아님.)
특정 전문분야의 서적들은 좀 더 심한 편인 것 같다.("각주", "후주", "미주" 등의 각각 구분된 의미는 글 맨 아래에 기재한 Daum [어학사전]에서 인용한 이 글의 '각주'(脚註)를 참조 바람.)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단지 줄줄 읽어나가기에 가독성이 좀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의문점에 기인한다.
우리는 왜 무슨 책이든, 글이든 읽으면 꼭 각주(脚註)나 후주(後註), 미주(尾註), 또는 내주(內註)까지도 포함시켜야 어떤 책이나 글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다.
항상 누군가가 앞서 언젠가 또 어떤 식으로든지 이미 말했던, 기존에 있는 글이나 책으로 썼던 사실과 아이디어만 부단히 인용하고 타인의 그러한 기존 글과 책에 기대어서만 자신의 근거를 제시할 수밖에 없고, 그 의존(?) 속에서만 자신의 말하고자 하는 주장과 이야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느냐 하는 물음이다.
선의의 '보충 설명'이라는 그 의도 속에 주석(주註)이 가지는 "과도함"(?)의 경계(境界)는 어디까지가 적정한 것인가?
실제로 어떤 철학책이나 논문들은 (작은 글씨의 번호가 매겨진 각주와 후주를 찾아 읽다 보면) 본문 텍스트(text) 보다 각주와 후주가 더 많은 경우도 허다할 지경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각주/후주 과잉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의 졸고, [우리가 '권력'을 절대 내려놓지 못하는 3가지 메타포]의 글 서두 부분에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자신의 말과 글에 어떤 '권위'를 갖기 위해 "권력과 권위가 있는" 기존 저자나 학자의 논문과 책, 유명인의 글과 책을 무수히 비교시키고 또 인용하며 자신의 논지를 주창하고 또 동시에 그런 과정을 통해서만 논리적 정당성과 정서적 공감대를 피력하려 해야 하는가?
독자들의 이러한 피로도가 높아짐에 따라 독자뿐만 아니라 책을 쓰는 작가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는 듯하다. (글을 쓰는 작가는 동시에 글을 읽는 독자이기도 하니까.)
필자가 알기로는 어떤 작가는 책 제일 앞 머리글에 자신은 이 책에서만큼은 각주든 후주든 아무런 주석(annotation)을 달지 않겠다고 표방하고 실제로 3백여 페이지 이상 분량의 책을 일체의 각주나 후주 없이 다 쓰고 실제 출간하였다.
어쨌든 정말 우리는 이제 각주와 후주 없는 책과 글은 더 이상 만나 볼 수 없고 또 읽을 수도 없게 된 것인가?
다른 한편으로는, 어쩌면 오늘날 우리 인류 문명사의 발전 과정 속에 이제 우리의 글과 문서에 더 이상 독창적이고도 독립적이며 창의적인 (고유성과 유일성을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는 더 이상 담아낼 수 없다는 뜻인지 재차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아이디어들은 예전 선조와 앞선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 같은 것일 뿐이고 우리 세대는 그저 조금 "비틀기" 정도의 변형이나 가하고 마는 것인가?
독자분들은 출간하는(출간 예정인) 책 속 직접 쓴 글귀들에 관한 주석(註釋)을 '보충 설명' 목적으로 꼭 추가로 달아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매 페이지마다 텍스트 밑에 바로 적는 (작은 글씨 크기로 번호가 매겨진) 주(註)인 각주(footnote) 형태로 달 것인가, 아니면 책 제일 뒷부분에 한꺼번에 모아서 적는 후주/미주(endnote)로 달 것인가?
독자분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다음 [어학사전],
각주(脚註) footnote : 본문의 어떤 부분을 설명하기 위하여 아래쪽에 따로 달아 놓은 풀이.
후주(後註) / 미주(尾註) endnote : 책에서 한 편(篇)이나 장(章) 등의 끝이나 책의 맨 끝에 보충하여 주는 말이나 글.
주석(註釋) annotation / [약어] 주(註) :
1. 어려운 말이나 글의 어떤 부분에 대하여 이해를 돕고자, 그 뜻을 자세히 풀어 주거나 보충 설명을 더하여 주는 글이나 말.
2. (기본의미) 낱말이나 문장의 뜻을 쉽게 풀이하는 글이나 말.
Photo: Filterkaffee(left) & Café Crème at Tchi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