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145 by The Happy Letter
장대 같은 여름비 그친 뒤
모처럼 동네 산책 나섭니다
산책길 따라 길가에 늘어선 과수(果樹)에도
어느새 눈에 띄게 빼곡히 열매가 맺혔네요
그 길 지나가는 사람들이 혀를 찹니다
그냥 내버려 두니
과실(果實)이 제대로 커지도 못한다고
튼튼하고 실한 것만 남기고 나머진 솎아 내어야 하는데라고
덕지덕지 쌓인 내 글들도
솎아 내고 나면 남은 글들이 더 빛날까요
내 글 몇 편 지우고 나면
남은 글들이 더 운치(韻致) 있어질까요
아니면 내 글도 주인 모를 그 길가 과수처럼
이미 *전정(剪定)의 시기를 놓치고 만 것인가요
어쩌면 알알이 맺힌 어떤 열매도
솎아지고 버려지기 위해 지난 계절 인고(忍苦)하지 않았듯
내 글들도 그냥 철 지나면 땅에 떨어져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에 밟혀
짓뭉개지고 썩어 버리고 말더라도
이 여름 땡볕 아래
오롯이 그 ‘열매’ 맺음만을 만끽(滿喫)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요
by The Happy Letter
*전정3(剪定) : [농업] 나무의 겉모양을 고르게 하고 과실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나뭇가지의 일부를 잘라 주는 일.
인고(忍苦) : 괴로움을 참고 견딤.
만끽(滿喫) : 충분히 만족할 만큼 느끼고 즐김.(Daum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