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아무런 외부적 억압이나 강요 없이 글을 쓰고 그리고 동시에 아무런 제한이나 제약(制約) 없이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여기 브런치스토리에 자유롭게 어떤 글이든 다 쓰고 올리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아래의 글이 어떤 분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필자 스스로 되새기며 경계(警戒) 하기 위해서라도 떠오른 단상을 짧게나마 기록해 두고자 한다. (이 글에 언급된 특정 집단이나 단체, 직업에 대해 어떤 비하의 의도가 절대 없으며 해당되는 사례를 서술하기 위함일 뿐이다는 것을 미리 함께 밝혀 둔다.)
A교수는 무엇보다도 미래세대 청년들인 후학도를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선생님'으로서, '스승'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교단에 서던 분이다.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에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직업을 가진 그 A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그가 가진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단지 어떤 교수 한 사람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고 치부하고 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는 괜찮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한 명의 교수라는 직장인이기 이전에 '스승과 제자'라는 권위적 관계 속에 자신의 (상하위 중에) 상위의 위치와 (학점을 주고 논문을 심사하며 졸업장과 학위를 주는) 자신의 "권력"을 악용한 것이 본질이다고 본다. 이런 특수한 권력관계 하에 있는 집단 속에서 절대적 상위 위치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조금이라도 방심하지 않도록 늘 더욱더 경계(警戒)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하위에 위치하는 그 A교수의 제자나 학생들이 어떤 저항권을 행사하거나 항거(抗拒)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문제 발생 시 내부고발이나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자들은 늘 이면에서는 (또는 나중에) 불이익이나 부당한 처우(處遇)를 받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접하곤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폐쇄(閉鎖)적이고 계급 간 절대적 상하 관계 속에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명령 지휘체계로만 움직이는 군대 같은 집단생활 속에서 부하를 추행한 사례나, 신도들이 무조건 복종하고 따라야만 하는 (절대적 진리이자 절대 선이라 믿는) 종교집단 내 일부 성직자나 교주의 부패(腐敗)나 비리 등에서도 우리는 유사한 사례를 보게 된다.
외부에서, 우리 사회가 관여하거나 감시 감독하기에는 이러한 집단이나 단체가 너무나도 폐쇄(閉鎖)적이라는 데도 그 반복된 문제 발생의 원인이 있다고 본다. 또한 폐쇄성이 갖는 특수성으로 인해 그 집단 내부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밖에서 알기도 어렵고, 알려지더라도 집단내부에서 무마(撫摩)시키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불행하게도 이런 문제가 대학, 군대, 종교 집단에서만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 선후배의 관계가 아주 친밀하고 돈독한 집단이라는 문단 내 (또는 영화나 연극계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던 원로가 후배에게 행한 부적절한 처신(處身)은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지게 하기도 했다.
혹시, 나는 권력이라곤 없으니까 이런저런 일에 휩싸일 일도 없다고, 또 권력이 없으니 권력을 '남용'(濫用)할 일도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視角)으로 보는 "권력"이 우리 일상 속에도 있다. 사회생활 하다 보면, 또 어떤 자리나 위치에 있으면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떤 권력을 누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기성세대'에 속할수록 우리는 우리가 가진, 혹은 주어진 "기득권"이라는 "권력" 앞에서 조심스러운 경계(警戒)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 천년 내내 이어져 오는 말인,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버릇없다. 우리 어릴 때는 안 그랬는데!"라고는 말할 수 있어도, 젊은 사람들이 패기가 없다느니, 열정이 없다느니 라는 말은 함부로 할 말은 아니다고 본다. 내가 조금 더 해봤다고, 아니면 내가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실은 기득권층(기성세대)이 만들어 놓은 (그리하여 지금의 기성세대에게 전적으로 유리하기만 한) 지금 이 사회의 질서와 "게임의 룰"을 젊은 사람들은 내심 영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어떤 멋진 말이나 글을 믿기보다는 그 말을 하고 글을 쓴 그 '사람'을 먼저 본다. 그리고 그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으며 그 말과 글들처럼 실제로도 그렇게 행하며 살아왔는지를 본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언행 불일치를 보거나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부정한 권력에 항거(抗拒)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그들이 왜 기성세대의 일방적 훈계(訓戒)를 달가워하지 않는지 좀 짐작이 가리라 믿는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가진 '나이'가 권력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취업이나 결혼, 출산 등에 관해 진취적이지 않다거나 너무 의기소침해 있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함부로 뭐라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왜냐하면 이 사회를, 법과 제도를 이렇게 (취업하기 힘들고, 결혼과 출산도 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건 상당 부분 지금의 기성세대의 잘못이기 때문이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영역에 있어 그들이 기성세대에 비해 대개 훨씬 더 진보적이고 스마트한 생각을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봐서도 그렇고, '생존 본능' 때문에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권력(權力) : 1. 남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
제약(制約) : 조건을 붙여 내용을 제한함.
경계(警戒) : 1. 뜻밖의 사고나 잘못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여 단속함.
항거(抗拒) : 옳지 않은 것에 순종하지 않고 맞서서 반항함.
폐쇄하다(閉鎖--) : 1. (사람이 문이나 통로를) 닫거나 막아 외부와 통행하거나 연락하지 못하게 하다.
부패(腐敗) : 2. 개인이나 집단이 도덕적, 정신적으로 타락함.
무마(撫摩) : 1. 분쟁이나 사건 등을 어루만져 달래거나 어물어물 덮어 버림.
시각(視角) :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거나 파악하는 각도 또는 입장.
남용(濫用) : 2. 권리나 권한을 본디의 목적이나 범위에서 벗어나 함부로 행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