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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Oct 16. 2023

음식 요리 vs. 시사 정치 중 어느 분야를?

글쓰기(글 읽기) 소재와 주제, 읽히지 않는 글 발행에 관한 짧은 소회


브런치스토리 내에 '정치'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글만 쓰라고 핀잔(?)을 한 번 듣고 난 이후로 필자는 브런치스토리팀의 운영체계와 플랫폼 환경, 새로운 기능과 룰도입에 관한 개선, 건의 사항 등에 관한 글은 더 이상 올리지 않고 있다. 어차피 필자가 수 백, 수 천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영향력 있는 작가가 아니라면 아마도 필자의 주장은 잘 귀담아듣지도,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irony) 한 것은 필자의 현재 구독자 수에 비해 라이킷 수가 제일 많은 글들은 전부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플랫폼의 정책과 그 환경에 이러쿵저러쿵 언급한 글들이다. 그만큼 직접적인 이해관계의 당사자이기도 한 독자(작가)분들에게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많이 공감해 주신 덕분이라고 본다.(아, 필자도 김밥 등 음식 요리에 관해 쓴 글들은 메인에 노출도 되고 그로 인해 조회수도 여전히 제일 많다.)


필자는 현재 다양한 분야의 글 소재와 주제를 대상으로 글 쓰는 것을 시도해 보고 있다. 앞으로는 좀 더 좁혀갈 생각이지만 매일 글 쓰는 게 지치면 아예 시간을 좀 갖고 '창작'분야(시나 소설, 드라마 시나리오 등)로 전환하려고도 고려 중이다. 개인적으로 창작 작품 한 편이 생활 에세이 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도 안다.(물론 에세이 쓰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자주 글 쓰는 훈련을 하면서 병행할지 여부는 좀 더 고민해 보기로 하고 아직은 여러 분야에 도전 중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서두를 쓰는 이유는 최근에 새로 발행하는 매거진(글 묶음 파일함 같은) 코너로 <이 시각 이 시선 by THL>를 발행하면서 시사(時事)를 좀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나,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의 이슈가 되고 있는 시사에 대해 가끔씩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좀 다루어 볼 요량으로 새로운 코너를 만들었다. 그런데 브런치스토리 내에 뿐만 아니라 외부 독자들까지 감안하면 워낙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독자(작가) 층이 있다 보니 각자 그 관심사와 이해관계, 입장과 견해가 다 다르기에, 필자 개인적 소견으로는, 최소한 여기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플랫폼에서는 '정치'는 분명 비인기 주제인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플랫폼에 사실 온갖 별의별 소재와 주제의 글들이 다 올라오고 있는 마당에 (심지어 십구금 글들도 난무하고 있는데) 우리 삶의 중요한 영역인 정치와 종교에 관한 글들이 외면받는다는 것은 좀 의아(疑訝)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대개 혼자서 정치 시사 뉴스나 종교 관련 책과 글은 많이 읽어도 대놓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정치적 종교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좀 많이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디 가든 정치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 함부로 꺼내지 마라라는 말은 불문율(an unwritten law)이며 여전히 진리(?)인가?


물론 시사논평과 이슈분석 등 시사비평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일부 작가분들이 그때그때 정치적 현안 소식을 전하며 자신의 소신 있는 주장과 견해를 발행해 올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시사 이슈에 대한 소재와 주제는 일부 있어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세세하게 다루는 글은 상대적으로 보기 드물고 많이 없지만 있어도 그 반응이 비교적 미온적(微溫的)인 것 같다. 아무리 중립적으로 글을 써도 제목만 보고도 클릭을 잘 안 할지도 모른다.(정치에 있어 중립이라는 것은 정치권력을 잡은 자나 세력이 그 권력을 나누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하는 데 이 부분은 추후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반응이 좋고 구독자가 많은 시사논평 작가분들의 글들도 있다.(최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어떤 글에는 댓글 논쟁 또한 어마 어마 했다.) 어쨌든 [먹고살기 힘든 이 시대, 글쓰기 어려움 극복 방법] - 브런치 글쓰기(15)를 발행한 후 지난 주말에 찬찬히 다시 읽어보다가 불현듯 느끼는 브런치 글쓰기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 소회(所懷)이다.




기본적으로 조회수나 라이킷, 댓글 수로 그 글의 좋고 나쁨, 또는 인기글과 비인기글로 판정할 수 없다는 작가님들의 고견(高見)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난번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심지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특정 시간대에 글을 발행해야 한다는 팁(tip)까지 돌아다닐 정도다. 어차피 유명한 전업작가나 사회적 저명인사 또는 수백, 수천 구독자를 가진 작가가 아니라면 그 글이 조회되어 읽힐 확률은 무지 낮다. 최근 글에서 필자의 견해를 서술한 것처럼 플랫폼이 구조적으로 (소수의 대형 인기 작가의 글 위주로)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작가분들도 이미 체념(諦念)하고 브런치스토리는 "글 쓰게"하며 글 발행하게 하는 플랫폼이지, "글 읽게"하는 플랫폼은 아니라고 보는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읽는 독자들은 자신의 관심사나 특정 키워드를 서치 하다 "우연히" 읽을 수는 있지만 여기 등록된 작가(회원)분들은 다른 작가분들의 발행글을 많이 읽어서 따로 주어지거나 얻을 수 있는 (브런치 회원 작가를 위해 운영팀이 주는) 메리트(merit)도 별도로 없다. 물리적으로도 다 읽을 수도 없고 매일 발행되는 글 중 극히 일부인 정말 눈에 띄는 화제성 글과 유명인들의 글들만 자주 조회되고 마는 실정이다.


매일 발행되는 다양한 글들 중 극히 일부는 운(?)이 좋아 노출되거나 검색되어 읽히게 되더라도 나머지 대부분의 글들은 (알림 설정하고 매번 읽는 구독자를 제외하면) 발행될 당시에 아주 잠깐 조회되다가 그냥 브런치스토리 운영팀 DB에 차곡차곡 쌓이며 잊히고 마는 것 같다. 글 발행한 후 바로 '방금'이라고 표기된 글이 또 "금방" 잊히는 꼴이다.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이라도 조회수와 라이킷을 계속 늘리거나 최소한 유지(!)라도 하려면 새 글을 계속해서 발행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메커니즘(mechanism)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글쓰기가 원래의 의도(意圖)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엉뚱한 쪽으로 "중독"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은연중(隱然中)에 (매일 또는 자주) 글을 발행해야 한다는 심한 심리적 압박감속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와 같은 힘없는 무명작가도 어렵고 힘들게 또 고심하며 쓴 글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계속 쓰고 발행하며 올려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어학사전],

아이러니(irony) : 1.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 2. [문학] 겉으로 드러난 것과 실제 사실 사이의 괴리. 또는 그런 표현.

의아하다(疑訝--) : (일이) 뜻밖이어서 이상하게 여기고 의심하는 상태에 있다.

미온적(微溫的) : 어떤 일에 대한 대응에 있어 적극성이 없고 미적지근한 것.

체념(諦念) : 품었던 생각이나 기대, 희망 등을 아주 버리고 더 이상 기대하지 않음.

메커니즘(mechanism) : 어떤 대상의 작동 원리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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