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상 17

by The Happy Letter


필자의 생각은 일반화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며 개개인 각자가 처한 환경과 여건 그리고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전제로 짧게나마 "갑을"(甲乙) 관련하여 떠오른 단상(斷想)을 한번 써보려 한다.




최근 뉴스에 나오는 기사를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판매원이나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항의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갑질"손님(소비자)들과 그러한 사례들이 너무 많아 여기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기수다.


고용주(雇用主)와 종업원 간의 갑질 의혹을 다루는 기사부터 시작해서 일상생활 속 - 차별적 표현인 - "갑을"이라고 규정하는 왜곡된 관계 설정하에서 나오는 각종 횡포(橫暴)들은 이미 도를 넘어선 것 같다.


백화점, 쇼핑센터, 음식점, 상점, 고객상담 CS센터, 관공서 등에서 소비자(손님)가 "갑"이고 판매원(서비스 제공자)이 "을"이어야 하는지 그 규정의 타당성 여부는 차치(且置)하더라도 판매원이 단순히 어떤 실수를 했다고 해서 클레임(claim)하면서 판매원의 인격을 무시하며 폭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판매원(종업원)이 도대체 어떤 대단한 잘못을 저질러야 욕설과 폭언을 듣거나 심지어 뺨을 맞고 무릎 꿇고 울면서 빌어야 하는가?




우리는 살다 보면 때로는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의도치 않게 남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것이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 우연히 남의 발을 밟게 되는 정도의 실수일 때도 있겠지만 어떤 일을 하다가 그 보다 더 크고 심각하게 어떤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소위 말하는 '가해자'가 되고 만다.


여기 사람들을 보면 실수로 어떤 잘못을 저지러거나 피해를 입히면 제일 먼저 바로 하는 말이 "Das war keine Absicht!"(그건 고의가 아니었어요!)이다. '고의'(intention)를 갖고 피해나 상해를 입히게 되면 물론 그에 따른 법적 처벌도 더 엄격하지만 잘잘못을 따짐에 있어 (본인은 의도치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에서 그 행동을 '의도'했느냐, 그 행위에 '고의성'이 있었느냐 입증(立證) 여부는 그 문제 해결과 합의 또는 다툼과 판결에 중요한 쟁점(爭點)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반대로 우리는 살다 보면 간혹 남의 실수나 잘못으로 어떤 어처구니없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음식점에서 내 주문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안나오거나 (혹은 배달이 잘못 오거나) 카페에서 종업원이 실수로 커피나 차를 쏟는 등 그 피해 때문에 (그리고 무시당했다는 불쾌한 감정과 그 기분 때문에) 억울하고 화가 나고 분해하기도 한다. 교차로에서 뒤따라오던 차에게 뒷범퍼(bumper)를 추돌당하는 사고 등으로도 어쩌다 한순간에 소위 말하는 '피해자'가 되고 만다.


그것이 물질적 정신적 신체적 피해의 규모나 정도가 심할 경우 합당하고 적절한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물론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에 대한 사과를 받고 재발방지도 약속받고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해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필자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본 피해자의 "갑질"이라는 행태이다. 우리는 까딱 잘못하면 한순간에 어떤 사건의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계(警戒)하고자 한다.


갑자기 당한 어떤 사건의 '피해자'로서의 권리와 사과 요구 및 피해보상 청구가 때로는 (무리하게) 그 사회적 공감대(共感帶) 범위와 용인(容認) 가능한 선을 넘어설 때 - 비록 그 억울하고 분통한 피해를 당한 '피해자'였을지라도 - 어느새 자신이 금방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매사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피해자의 무리한 처사와 그 횡포를 경계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간혹 듣게 되는 "을질"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애당초 쓰여서는 안 되는 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설령 이런 부적절한 표현("을질")이 어떤 특정 사안이나 사건을 비난하고자 사용되거나 또는 아무리 좋은 취지로 쓰인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중 지탄(指彈)받아 마땅한 일부가 저지르는 '갑질'이라는 사회적 병리현상의 여파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이런 말로인해 이 세상의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 "을"들이 처한 입장(立場)과 그 "을"들의 고충(苦衷)이 결코 축소되거나 과소평가(過小評價)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모든 관계나 계약설정에 "갑을"(甲乙)이라는 차별적 표현과 그런 접근의 지양(止揚)이며, 실제로 주고받으며 거래하는 당사자들 간에도 서로 상호 존중(尊重)해야 하는 '동등한 입장'이라는 인식과 그 사회적 공감대가 하루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본다.











클레임(claim) : [경제] 무역 등 상품 거래에서 수량이나 품질 따위에 위약(違約)이 있을 경우, 공급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배상을 청구하는 일.

공감대(共感帶) : 다른 사람과 의견, 감정, 생각, 처지 따위에 대하여 서로 같다고 느끼는 부분.(다음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