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속이 더부룩하더니 어떤 불쾌한 복부 팽만감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꽉 막힌 느낌이 지속되어 아주 힘들었다.
최근 무슨 모임에서 어떤 음식이 좀 맛있다고 과식(過食)을 했는지, 아니면 누구와의 그 식사 자리가 몹시 불편했는지 혹은 어쩌면 식사 중 다른 생각이 너무 많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 식사 이후로 '체기'(滯氣)가 쉬이 내려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단히 급체(急滯)에 걸린 것 같았다.
그 체증(滯症)의 증상이 흔히 듣는 두통, 식은땀, 복통, 오한, 어지럼증 등으로 순차적으로 오다가 또다시 동시에도 나타난 걸 보니 식사 중 음식을 잘 씹지도 않은 채로 너무 급하게 먹었고 또 그 결과, 위장이 그 먹은 음식을 한동안 소화시키지 못한 게 분명해 보인다. (간혹 김밥이나 삶은 계란, 찐 고구마 등을 급하게 먹고 체한 것처럼)
약국에 가서 소화제를 사 먹어야 하나, 아니면 동네 내과병원에 가봐야 하나 이리저리 고심하며 고통 속에 시간을 보냈다. (여담이지만 예전 어릴 적엔 '체했다'고 하면 엄지손가락을 바늘로 따서 검은 피를 짜내면 체기가 좀 가시곤 했는데 실은 손가락을 따는 것은 잘못하면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민간요법(?)’에 기대기보다는 결국 급한 대로 약국에 가서 약을 사 먹긴 했지만 그래도 더부룩한 속이 계속 불편해서 밖에 나가 걷다가 아예 스파클링(sparkling) 물만 마시며 몇 끼를 내리 굶어 보기로 하고 말았다.
요즘은 몸이 조금만 아파도 덜컥 겁부터 난다. 필자 스스로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진행 중인 노화(老化)로 인해 조심씩 소화(消化) 능력이 감퇴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조건 입에 잘 맞고 맛있다고 해서 (심지어 몸에 좋은 건강식이라고 할지라도)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항상 경계하려고 한다. 가끔 찾아가는 동네병원 내과 의사도 매번 필자에게 운동부족 지적과 함께 체중감량을 위한 다이어트를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미각(味覺)에게 주는 큰 기쁨인 그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과 그로 인한 기분 좋은 포만감(飽滿感)은 필자에게도 매번 결코 양보하기 어려운 유혹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종종 맛있어서 많이 먹고는 돌아서서는 금방 후회하기만을 반복한다. 혹자는 많이 먹은 만큼 많이 운동해서 빼면 된다고 하는데 그 또한 말처럼 쉽지 않다.
평소 소식(小食)하며 건강 관리를 잘해야 오래 산다고 하는데 (간헐적 단식(斷食)은 아니지만) 필자도 좀 적게 먹으려 애쓰는 편이지만 실제로 실천은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는 식사 때 좀 천천히 식사하고 꼭꼭 씹어먹어야겠다, 급하게 빨리 먹는 습관을 고치려 의식적으로도 더 노력해야겠다며 매번 거듭 다짐하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급체(急滯)와 소화불량 관련 처방을 여기저기 살펴보다 아뿔싸, 내가 몰랐구나, 여기 소화불량에도 '스트레스'가 주된 요인(要因)중 하나이다는 것을! 주로 불규칙하거나 급하게 식사하는 등 잘못된 식습관(食習慣)으로 인해 소화불량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받는 다양한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식사를 천천히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사 후 소화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소화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자주 체하는 것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소화불량과 급체 해소를 위한 방도를 들여다보다가 결국 여기서도 다시 스트레스 관리 및 해소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도달하고 말았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함은 우리 모두에게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실행방안과 실천여부가 관건인 것 같다. 특히 운동은 소화기능을 촉진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소화불량'에 이어 정작 필자가 또 더 궁금한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이다.(더욱이 만성 스트레스는 만성적인 소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혹자에게는 어쩌면 좀 새삼스럽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필자가 새로이 각성하며 여기에 각인시키고 싶은 것은 '스트레스' 또한 급체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최근의 일상생활 속 잘못을 뉘우치며 떠오른 단상을 잊지 않고자 여기에 글로 써두고자 했는데 필자의 책 읽기와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에 발행하는) 글쓰기에도 어떤 "급체"를 조심해야 함을 느낀다.
내 삶의 일상생활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책 읽기와 글쓰기인지, 아니면 또 다른 '심리적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를 성찰(省察)하고자 한다. 마치 급체에 걸리지 않기 위해, 소화기능 개선을 위해 천천히 먹고, 음식을 충분히 씹어 먹는 습관을 가져야 하고 또 식사를 할 때는 급하지 않게 정신적 여유(!)도 가져야 하듯이 말이다.
취미 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글쓰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런 '취미활동' 같은 브런치 글쓰기가 오히려 최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천(源泉)과 원인(原因)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필자 스스로도 자문(自問)해 본다. 왜냐하면 브런치스토리에 발행하는 '글' 또한 주로 사진을 위주로 포스팅하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피드(feed)와 작동 메커니즘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일 때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로 인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꿀벌들이 멸종되어 다 죽으면 이 지구상 인류도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부지런히 이 꽃 저 꽃으로 암술 수술 찾아다니며 열매 맺게 하는 꿀벌들은 스스로 선택한 생(生)을 자유롭게 살아가기에, 또 제대로 소화(消化)시키지도 못할 일에는 과욕(過慾) 부리지 않고 살아가기에 인간처럼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그런 "체할"일 따위는 아예 모르고 사는지도 모른다.
바로 생로병사(生老病死)와 같은 자연의 이치(理致)를 순리대로 수용하며 살아가는 꿀벌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과식(過食)과 편식(偏食)을 반복하는 필자처럼 어리석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과식이나 편식이 심리적 불안과 같은 '감정적 요인'에 의해 생기는 수도 있다는데 부디 꿀벌들은 이런 사실조차도 모른 채로 오래 살아가길 바란다.
체기2(滯氣) : 1. [한의] 먹은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아니하여 생기는 가벼운 체증(滯症). 2. [한의] 체한 듯한 기미나 느낌.
소화(消化) : 1. [의학] 섭취한 음식물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변화시키는 작용. 음식물을 입에 넣고 씹는 것 등에 의한 기계적 소화와 소화 효소에 의한 화학적 소화가 있다. 2. 외부로부터 비롯하는 것을 자신에게 잘 적용하거나 완전히 익혀 스스로 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듦.(다음 [어학사전])
소화불량(Dyspepsia) : 소화기질환. 소화불량은 음식을 섭취한 후 일어나는 소화 장애 증상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소화불량은 위와 간-담도계 질환을 비롯한 소화 기관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모든 불쾌감과 증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하나의 증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속쓰림, 트림, 구역질, 상복부 불쾌감, 위장의 팽만감 등과 같은 소화기 증세와 더불어 복통까지 동반되어 일어나는 모든 증상을 포함합니다. 소화불량의 원인은 소화기 질환, 심장 질환, 전신적인 질환, 정신적인 질환을 포함하여 매우 다양합니다. (출처 : 다음백과 [질병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