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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L 창작 시

산책 10

THL 창작 시(詩) #175 by The Happy Letter

by The Happy Letter


산책 10



긴 여름방학 다 끝나가니

아이들은 서둘러 한꺼번에 일기(日記) 쓰며

밀린 숙제에 바쁘고

누구는 처서(處暑) 마저 지났다며

춘추복 하나 둘 꺼내

햇살에 말리느라 분주한데


숲 속 산책길 초입 자작나무 한 그루는

힘없이 휘어져버린 채 묻는다


한평생 꼿꼿이 버티며 살아도

한 뼘도 안 되는 나의 목숨

언젠가 힘없이 잘려나가

한 줌 재로 불타 없어질 운명(運命)이지만

그 인고(忍苦)의 세월

그렇게 나이테 하나 또 더 늘어가는 만큼

그 뜨겁고 화려했던 햇볕만큼

그리하여 나의 ‘여름’은 쓸모 있었는지


산책길 따라 길 잃은 바람 한 줄기

그늘진 숲 속 사이로 불어오니

어느새

여름 지나가는 소리 보인다



by The Happy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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