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176 by The Happy Letter
여름 산책길 과수(果樹)에
빼곡히 달린 그 열매들
무더위 견뎌내며 탐스럽게 무르익어 가더니
하나 둘 낙과(落果)한다
지나가는 거센 강풍(强風)에
그 나뭇가지 부러지지 않으려
그 야생의 과수 쓰러지지 않으려
스스로 흔들리는 ‘무게’ 절감하며
가지 마디마디 부여잡은 인연(因緣)
미련 없이 놓아 보내야 할 때를 아는지
지난여름의 영광(榮光), 그 결실(結實)마저
목마른 땅에 하나 둘 내려놓는다
그저 낙과(落果)라 허무(虛無)하다 애처로워 말아라
어쩌면 지금껏 애써 받쳐 지탱해 준
은혜로운 대지(大地)를 향한 선물,
그 과수의 정성 어린 답례(答禮)일지도 모르니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