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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Nov 13. 2023

"항마력"(降魔力), 이게 무슨 말인가요?


최근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글을 읽다가 "항마력"이라는 단어를 보고 하, 이건 또 뭔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했다. 독자분들은 이미 다 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Daum [어학사전]에 찾아보니 어원(語源)으로는 아래와 같이 나온다.


항마(降魔) : [불교] 악마를 물리쳐 항복하게 함.


예전부터 인터넷 게임 등에 사용하면서 시작되었다지만, 게임을 잘 모르는 필자는 정확한 용례를 알고자 좀 들여다보니 요즘은 "손발이 오그라들어 계속 보고 있기에 불편한 것들을 참고 버티는 힘"이라는 뜻으로 온라인상 통용되는 하나의 이 시대 새로운 사회적 유행어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필자가 이해한 바로는 이 단어의 뜻인 "참고 버티는" 힘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편한 것에 대해 불평불만은 있어도 딱히 (분명하게 꼭 집어서) 직접 비판하거나 "능동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이 '신조어'에 관해 필자가 관심 갖는 대목은 이런 단어가 확장 또는 변형된 의미로 사용되는 배경이다. 필자 추측으로는 최근 들어 온라인상 영상(vid)들에 실제 너무 민망해서 말 그대로 "손발이 오그라들어 계속 보고 있기에 불편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졌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된다.


글 또는 책 읽기나 약 90분 안팎 길이의 영화 관람/시청보다는 요즘은 YouTube, Instagram, 틱톡 Tik Tok 등으로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영상 크리에이터"(Vid creator)가 되어 저마다 짧은 동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SNS(유튜브 숏폼인 쇼츠 Shorts, 인스타그램 릴스 Reels 등)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흥미롭고 재밌는 영상들도 많지만 그중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상들도 있으리라 본다.


그런데 이 '신조어'가 온라인상 동영상 클립(Vid clip)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글을 쓰고 읽는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필자의 글을 읽고 혹시 누군가가 "항마력" 달린다고 느낀다면 전적으로 필자의 부족함의 소치(所致)이다.(근데, 자신이 발행한 글을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자신의 글에 스스로 "항마력" 달린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건가?)




어쩌면 이 시대 우리 모두는 이미 계속 보고 있기에 불편한 것들을 참고 버티며 볼 수 있는 "항마력"을 길러 왔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일상생활 속 매일 보고 듣는 것은 인터넷 온라인상 '동영상 클립'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개로, 우리 일상생활 속 수없이 자주 접하는 클리셰(cliché)는 그나마 "양반"이지 않을까?)


좀 심각한 예로, TV뉴스에 나오는 일부 권력층과 부유층의 이율배반(二律背反)적 행태를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우리 사회는 참 관대(?)한 편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정신적으로 "내성"(耐性)이 길러져 cringe에 익숙한 것인지도 모른다.


씁쓸하게도 우리는 글을 쓴 작가나  Vid Clip을 만든 "영상 크리에이터"에게, 그리고 안 좋은 일로 뉴스에 보도되는 분들에게 직접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이용자들끼리 혹은 시청자들끼리만) "와아, 항마력 달리네! 지금 항마력 테스트하냐?!"라는 식으로 냉소(冷笑)를 금치 못하며 뒷담화 아닌 뒷담화 같은 반응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이게 요즘 유행하는 뜻으로 정확한 용법에 맞다면)












Daum [어학사전],

이율배반(二律背反) : 서로 모순되는 두 명제가 동등한 타당성을 가지고 주장되는 일.

클리셰(cliché) :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를 이르는 말. 진부한 상투어, 케케묵은 말; (문학·예술 등의) 평범한 수법; (일반적으로) 상투 수단[수법]

양반(兩班) : 5. 이전과 비교해 볼 때, 나은 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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