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Oct 09. 2024

친구

THL 창작 시(詩) #198 by The Happy Letter


친구



화사한 꽃잎 바람에 흩날리던 어느 봄날

나한테만 제일 먼저 알려 준다며

사랑하는 사람 생겼다며 네가 수줍게 웃었을 때

그날 나는 그저 혼자 속으로 생각했었다

어떻게 네가 먼저 ‘어른’이 되는구나라고

사랑 앞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가을 낙엽에 빗물 떨어지던 어느 날 오후

너의 울먹이는 목소리 그 전화받고 다급히 나가니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혼자 있던 너는

나를 보자마자 서럽게 소리 내어 울었지

세상 무너진 듯한 너의 아픔에 그 상처에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그날 나는 정작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냥 같이 소리 내어 한참을 울기만 했었지


그날 우리는 텅 빈 놀이터에서

비에 젖은 이파리처럼 눈물로 온통 얼굴 적시며

그날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그날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by The Happy Letter




매거진의 이전글 꽃은 달라도 저마다 아름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