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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L 창작 시

친구

THL 창작 시(詩) #198 by The Happy Letter

by The Happy Letter


친구



화사한 꽃잎 바람에 흩날리던 어느 봄날

나한테만 제일 먼저 알려 준다며

사랑하는 사람 생겼다며 네가 수줍게 웃었을 때

그날 나는 그저 혼자 속으로 생각했었다

어떻게 네가 먼저 ‘어른’이 되는구나라고

사랑 앞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가을 낙엽에 빗물 떨어지던 어느 날 오후

너의 울먹이는 목소리 그 전화받고 다급히 나가니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혼자 있던 너는

나를 보자마자 서럽게 소리 내어 울었지

세상 무너진 듯한 너의 아픔에 그 상처에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그날 나는 정작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냥 같이 소리 내어 한참을 울기만 했었지


그날 우리는 텅 빈 놀이터에서

비에 젖은 이파리처럼 눈물로 온통 얼굴 적시며

그날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그날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by The Happy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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