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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Oct 18. 2024

지하철 안에서

THL 창작 시(詩) #207 by The Happy Letter


지하철 안에서



낯선 곳에 혼잡한 지하철을 타고 간다

무거운 짐 어깨에 잔뜩 지고

긴 여정(旅程) 걸어오느라 파김치가 다 된 지친 몸

어디에라도 잠시 좀 앉고 싶다

이리저리 두리번두리번 앉을자리 찾아보지만

내가 앉을자리도 없고

나를 위해 양보해 줄 사람도 아무도 없다


나는 노약자(老弱者)가 아니다

때로는 뿌연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아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는 청춘(靑春)도 아니다

어쩌면 그저 마음부터 먼저 주름져버린 ‘늙은’ 젊은이로 보일까

꼭 붙잡아야 할 것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만이 아니다

흔들리는 지하철 그대로 따라 흔들릴 겨를도 없으니

내 애착(愛着) 꼭 붙들어 잡고 버텨내는 수밖에


내가 가고 있는 목적지는 아직 도달하지도 않았다

중간중간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무거운 어깨 힘없이 떨어뜨리며 내려도

언젠가는 지나갈 이 짧디 짧은 시련(試鍊)의 시간

창밖으로 지는 저녁노을에 괜히 울컥해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에 감사의 기도하며

그 손 놓지 않고 끝까지 견뎌내는 수밖에


어쩌면 내가 아직 ‘청춘’(靑春)임을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지금 자리에 앉아 가는 노인(老人)들

모두 다 그토록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흔들리다가 넘어져도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무엇이든 다 마음대로 꿈꿀 수 있었던 그 청춘임을



by The Happy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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