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208 by The Happy Letter
이맘때쯤일까, 울긋불긋 수려한 단풍길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고성(古城) 뒤로
수놓은 병풍(屛風)처럼 펼쳐져 있을까
유유히 흐르는 *네카어Neckar 강 위로
그 다리 넘어 바로 건너편 언덕엔
한 폭 수채화(水彩畵) 같은 정원(庭園) 숨어있다는데
뱀길 따라 걷다 보면 이어지는 길 끝엔
유명한 철학자들 산책하며 명상(冥想)하던 곳
‘철학자의 길’이 아직 그대로 있다는데
나는 왜 차마 그 다리를 다 건너지 못했을까
그 길 따라 걸으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았을까
나는 철학자가 되는 운명(運命)이 두려웠을까
아니면 그냥 되돌아오며 그저 나중을 기약(期約)했을 뿐일까
그들처럼 사색(思索)하고 고뇌(苦惱)하면
언젠간 ‘철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지금처럼, 무심히 붉어지는 가을 길 따라
어쩌면 이미 여태껏 걸어온 여정(旅程)이
철학자의 길이라 애써 믿고 싶었기 때문일까
by The Happy Letter
*네카어 강(Neckar River): 독일 라인 강의 우측 지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