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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문

브런치 글쓰기(41)-댓글과 대댓글을 대신하여

by The Happy Letter


작가님 보세요,


한동안 뜸하시다가 모처럼 다시 들러주셔서 무척 반갑습니다.


요즘 "시절이 하 수상하니" 글을 자주 쓰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은 듯합니다. 다들 공사다망하고 각자 연유가 있으시겠지만 필자는 이런저런 끄적임에 불과할지라도 계속 움직여 볼 요량으로 가끔씩 습작(習作)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쓰려고 했던 에세이는 <THL 다이어트 도전기>라는 부제로 지금까지 5편을 발행했어요. 나중에 시간 나실 때 혹은 '나도 다이어트 좀 해 볼까' 하실 때 일독하시면 될 것 같아요.


'생활시'같은 창작시를 짓고 발행하는 것도 여전히 계속하고 있답니다. 다른 작가(독자)분들이 필자의 창작시에 다양한 관점과 견해로 시평(詩評)을 하시는 것을 들으며 요즘 필자는 - 앞서 다른 글에서 언급했지만 - 영화 <일 포스티노(II Postino)>(the postman 1994)에 나오는 "시(詩)는 읽는 사람의 것이다"라는 말을 더욱 절감합니다.


그 시를 쓴 작가(필자)의 원래 구상[착상]과 의도는 A였다 하더라도 정작 그 시를 읽는 사람은 B나 C처럼 다르게 논평하시는 것을 보고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필자는 시를 씀에 있어, 또 시를 여기 발행하면서 시(詩)가 주는 특유의 은유와 함축, 복잡 미묘한 함의(含意)의 힘과 그 여파를 더욱 숙고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독자(작가)분들 나름대로의 관점과 해석을 존중합니다. 지금은 내가 원래 전하려고 했던 의도와 메타포(metaphor)는 이거였다고 일일이 작가의 변(辨)을 늘어놓지도 않고 있습니다만 훗날 기회가 되면 발행한 시(詩)의 배경과 시작(詩作)할 때 떠오른 그 영감(靈感)과 감흥을 따로 한번 적어보고 싶습니다. 점차 희미해져 잊히기 전에 말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또한 그때 그 감흥을 되새기기 위해 오늘은 여기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첫 번째 시, [비 온 뒤 아침]을 이 글 맨 아래에 첨부해 둡니다.)




최근 동네 마실 나갔다가 눈에 띄는 대문을 보고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콘크리트 숲의 아파트 같은 건물들 속 똑같은 문들만 보다가 단독주택가로 접어들면 집모양도 다르고 대문들도 우리가 입고 다니는 옷처럼 다들 각양각색(各樣各色)이어서 새삼 놀랍니다.


저마다 가진 다른 생각과 마음처럼 각양각색의 동네 대문들이 다채롭게 늘어선 골목길을 문득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 길이 왕래(往來)와 소통의 통로이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그 문(門) 또한 은폐나 단절(斷絶)이 아니길 바라면서.


세상 사람들 사는 모습도 다 천태만상(千態萬象)이고 그 사람마다 생김새도 천차만별(千差萬別)인데 우리는 왜 늘 똑같은 "대문"만 갖고 있어야 할까요?(아파트 건축물 관리법상 안전 준수와 준공 허가조건 등 관련 법과 규정이 따로 정해져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필자도 나중에 낙향(落鄕)하면 - 그렇게 유유자적(悠悠自適) 은퇴(?)할 여유가 생긴다면 - '정원'까지는 아니라도 작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살고 싶은 1인입니다. 그때 동네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 쪽으로 예쁜 문 하나 갖고 싶습니다. 서둘러 가시는 고단한 발걸음, 그 시선 좀 쉬어가실 수 있게 말입니다. 그 대문에 필자가 끄적인 시(詩)도 한두 줄 적어두고 싶습니다. 작가님은 어떤 "예쁜 문"을 꿈꾸시나요?



*THL 창작시 [비 온 뒤 아침] 전문 by The Happy Letter
















유유자적(悠悠自適) : 속세를 떠나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편안하게 삶.(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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