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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와 빈도

THL 다이어트 도전기(5)

by The Happy Letter


*주의사항 : 이 글은 개인적 경험에 의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일반화시킬 수 없으며 개개인의 건강상태와 의학적 건강관리는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람.




지난해 말경 야심차게 계획했던 다이어트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당초 5kg 체중감량이라는 원대한(?) 목표달성은 어찌 점점 물 건너가는 듯한 모양새다. 요즘 연일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뭐라도 자꾸 마시고 싶고 또 식후에도 따로 주전부리로 뭔가를 씹어먹게 되고 마는 것 같다. 어쨌거나 봄이 오면 다시 시작해야 할까 보다. 개인의 의지 탓이겠지만 뉴스 탓도 좀 한다. 아무래도 바깥 야외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여름이 겨울보단 훨씬 더 다이어트에 몰입하기가 좋은 것 같음은 부정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구차한 변명은 여기서 그만하기로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여 훗날 필자가 다이어트를 (봄이나 여름?) 새로 시작할 때 - 물론 다른 누구보다도 필자 자신을 위해서지만 - 지금까지 느낀 시행착오(?)를 다시금 각성하기 위해서라도 다이어트하면서 문득 떠오른 단상을 (어쩌면 결이 좀 다를지라도) 짧게나마 남겨두고자 한다.



식사할 때 먹는 습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첫인상'을 보고 그 사람을 대충 파악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대개 처음엔 친절해 보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마지막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혹자는 평소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실제로 어떤 인품을 가진 사람인지, 어떤 성향인지를 모르다가도 난처한 곤경에 처하게 되면 그런 상황에 대처해 나가는 행태를 통해 그 사람의 본성이 다 나타난다고도 한다.


각설하고, 필자는 그 사람과 식사를 함께 해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생활(식)습관 등을 얼추(대충 어림잡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 않나 하는 감히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한 적이 종종 있다.


커피나 차 한잔 같이 마시는 것과는 달리 (밥이든 파스타나 피자든) 식사 한 끼 정도 마주 보고 둘이 같이 해 보면 아무리 점잖게 예의를 차리고 고상하게 식사를 해도 은연중에 그 사람의 사소한 버릇부터 - 의식하든 못하든 - 그 사람의 식습관이 적나라하게 보인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이 대목에서, 혹시 결혼 전에 배우자 될 사람과 술 한 잔 꼭 같이 해봐야 한다는 말도 일맥상통하지는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도 유년시절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매일 끼니를 제대로 때우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 못 먹던 맛있는 음식, 귀한 음식을 먹게 되면 숟가락질, 젓가락질이 느긋느긋 할 수만은 없었다. 다둥이 자녀를 경험하신 분들은 혹시 공감하실지도 모르겠지만 - 외동딸 외동아들이 아니라면 - 식사 때마다 숟가락, 젓가락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반찬이며, 찌게며 남아나는 게 없던 코흘리개 시절, 어느 특별한 날에 특별한 과자라도 먹게 되면 서로 먹겠다고 다투기도 했다. 그 때문에 항상 머리숫자대로 정확히 나누어 어릴 때부터 1/n 배분[배급]에도 익숙해야만 했다.


Pizza Diavolo


소식(小食)에 성공하려면 식사를 천천히 해야 한다.


이런 춥고 배고팠던 유년시절 배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이어트와 관련하여 필자의 안 좋은 식습관 중 하나는 바로 식사를 너무 급하게 빨리 한다는 것이다.


다들 건강한 식습관으로 식사 때마다 매번 꼭꼭 씹어 천천히 밥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코흘리개 어릴 때는 어릴 때대로, 또 학창시절 점심때도 마찬가지로 빨리 먹고 빨리 공부(?)하거나 빨리 놀러 나가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사회생활 시작하는 초창기부터 점심때면 (음식 주문하고 밥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빼고 나면) 거의 20여분 남짓 내에 다 먹고 서둘러 식당을 나오기 바빴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식사는 늘 짧은 시간 내에 빨리 하는 안 좋은 습관이 생기게 되었고 또 밥도 입안에 넣고 대충 씹어 꿀떡 삼키게 되고 마는 것 같다. (특히 국물이 있는 음식은 더 빨리 목을 넘기고) 물론 이런 식습관이 위장에도 안 좋고 소화기능에도 아주 부정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잘 아시듯이 우리가 먹은 음식은 위장에 도달하고 나서 뇌까지 전달되어 어떤 포만감을 제대로 다 느끼는 데까지는 약 20~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우리가 급하게 빨리 식사를 할수록 원치 않게 더 많은 과식(過食)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애피타이저(appetizer) 같은 전채(前菜)를 먼저 먹고 조금 인터벌(interval)을 두었다가 메인을 먹는 서양식 코스 요리가 -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한꺼번에 먹는 것보단 - 결과적으로는 과식을 조금이라도 줄이게 만드는지도 모른다.(코스 요리도 물론 나오는 대로 싹 다 챙겨 먹으면 마찬가지로 과식이 되고 말겠지만)




뭐든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의 문제다.


필자는 한때 다이어트를 위해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한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때로는 아침을 거르기도 하고 아니면 아침을 먹으면 점심을 거르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을 안 먹은 날은 서서히 점심을 좀 더 먹게 되고, 점심을 안 먹은 날은 - 점심을 안 먹었으니까라는 "보상(補償)심리" 같은 것이 작동되었는지 - 저녁을 좀 더 많이 먹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결국은 먹을 것 다 먹게 되고 말았고 괜히 한 끼 굶는다는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만 잔뜩 받는 일상이 되었고 그런 식으로 어쩌다 보니 때로는 '소식'(小食)이 오히려 더 '과식'을 부른 결과가 되고 만 적도 많았다.


항간에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행복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행복체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복의 열쇠'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하고 있다.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엄청나게 큰 성과나 목표의 성취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행복의 관건은 소소한 행복감이라도 자주 느낄 수 있을 때, 그러니까 빈번하게 자주 느끼는 행복감의 반복인 것이다.


이렇듯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로 소식(小食)과 과식의 반복보다는 평소 매 삼시세끼 식사 때마다 (필요하다면) 조금씩 자주 먹는 편이 좋으며 지속적인 건강유지와 '소식형'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한다. 한 끼 엄청 많이 먹어 과식하고 배가 너무 부르니까 다음 끼(식사)는 건너뛴다는 식으로 반복하면 다이어트를 성공하기도 어렵고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하루 한 끼 과식보다는 여러 차례 나누어 소식하는 식사가 더 낫다.(양껏 먹고 많이 운동하는 형태는 또 다른 유형이지만)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하자면, 다이어트든 행복이든 뭐든 큰 목표치를 한꺼번에 이루어내려고 하기보단 단기간에 작은 성과를 맛볼 수 있는 방향으로 타깃을 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먼저 달성한 작은 목표(작은 다이어트, 작은 행복을)를 자주 (빈도 높게) 또다시 성취[체감]하게 되면 그 작은 목표나 대상에도 지치지 않고 또 계속해서 반복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에게도 다이어트란 평생 ‘반복’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올해는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음식을 좀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그리고 매 끼니때마다 다소 허겁지겁 먹는 식습관을 고쳐 나가야겠다. 이젠 누가 옆에서 뺏아 먹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아직도 식사를 좀 느긋하게 하지 못하는 걸까?


Chicken salad with balsamico-dre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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