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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오로라' 본 적 있나요?

by The Happy Letter


우선 먼저 이 글은 기행문(紀行文)은 아니다. 어떤 지역을 다녀오고 난 후 그 여행에 관한 소회(所懷)나 감흥을 후기(後記)로 적어야 그렇게 부를 수 있을 텐데 필자는 여행에 관한 글임은 맞지만 결이 좀 다른 글을 써보려 한다.




필자는 [한달살이 비가(悲歌)]라는 창작시를 여기에 발행하면서 - 필자의 어떤 오랜 소망을 잊지 않기 위해 -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를 그 시구절에까지 포함시킨 적도 있었다. 참고로 그 시(詩)의 전문은 이 글 맨 아래 따로 첨부해 두었다.


북유럽 국가들인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으로도 ‘오로라’(Aurora)를 구경하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아이슬란드(Iceland)는 환상적인 오로라를 직관하기가 특히 더 좋다고 한다. 예전부터 필자에게도 이 인구 약 37만 명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언젠가는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이 섬나라로 가면 활화산이며 빙하, 그림같이 아름다운 경치와 다채로운 풍광(風光)에 더해 멋진 오로라까지 다 함께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클릭 몇 번이면 세계 각국의 온갖 유명관광지를 온라인으로 대부분 볼 수도 있다지만 아무리 상세히 촬영을 잘한다 해도 어떤 여행 명소든 그곳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만은 못하리라 본다.


근데 주말에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우연히 TV프로그램 중 아이슬란드로 오로라를 찾아 떠나는 여행테마 관련 방송을 보게 되었다. 마침 여행 행선지가 필자도 무척 가보고 싶어 하는 아이슬란드여서 넋 놓고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밤새워 기다린다고 무조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맑은 날씨 같은 기상여건이 맞아야 - 그야말로 운이 좋아야 - 볼 수 있다는 그 오로라를 온갖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고되게 찾아가는 여정(旅程)이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필자는 아직 아이슬란드에 가 본 적은 없다. 근데 그곳으로 여행을 그렇게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이유는 뭘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돈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일까?


물론 북유럽 국가들의 현지 고물가를 감안할 때 - “한달살이”는 아예 처음부터 언감생심(焉敢生心)이고 - 몇 박 며칠 동안만이라도 체류하려면 교통비, 현지 숙소 등 여행비로 1인당 족히 몇백만 원 이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여행일정과 코스에 따라 다르고 또한 자유여행과 패키지에 따라서도 다 다르겠지만.


여행비 이슈는 향후 틈틈이 모아 저축하면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치자면 그다음은 ‘시간’의 문제다. 그렇지만 대개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고 한다. 말하자면 아무리 바쁜 사람도 시간을 내려면 다 낼 수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다는 말은 대개 그 정도로까지 관심은 없다는 의사로도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 일 년 365일이라는 시간은 - 누구에게나 똑같이 - 한정적이고 제한적이다. 하지만 필자도 시간의 안분(按分)이나 활용 등 실제로 어디에 또 누구에게 사용할지를 정하는 시간은 탄력적(elastic)이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각자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 시간의 쓰임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시간은 저마다 개개인의 의지에 의해, 바로 각자가 스스로 정하는 ‘우선순위’에 의해 좌지우지(左之右之)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시간이 없어 어디로 여행을 갈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다른 것에 비해 지금 당장은 그 여행이 내 우선순위를 놓고 볼 때 한참 “후순위”이다라는 말에 다름 아닌 것이다.




얼마 전에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다가오는 구정 설날 전후에 임시공휴일 1일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하니 정작 그 소식을 접한 일부 사람들은 연휴가 더 길어지니 이참에 국내에 있지 말고 가까운 데로라도 해외여행을 다녀올까 한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우리는 길 가다가 우연히 무지개(가끔씩은 쌍무지개)만 봐도 와, 무지개 떴다며 괜히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환호한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오로라를 보면 과연 나도, 우리도 행복해 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작 보고 싶은 것은 어쩌면 오로라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내가, 우리가 오로라를 보기 위해 떠난다는 것은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그 오로라를 찾아 나서는 과정, - 어쩌면 지금의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구(解放區)로 - 그 여행길을 더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여정이 주는 “여행의 마력”(魔力)을 다시금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지금 눈앞의 먹고살아야 하는 현실이 그 여행길로 떠나지 못하게 만들고는 있지만)


이젠 지금 당장 그 오로라를 보러 아이슬란드로 떠나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필자는 모색(暮色) 짙어가는 동네 산책길 걸으며 석양(夕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은 저 구름사이로 비치는 황홀한 노을빛이 필자에게는 “오로라”다고 생각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달살이 비가(悲歌)] 전문 by The Happy Letter















오로라(Aurora, 극광(極光)) : 태양풍과 함께 날아온 대전입자(플라스마)가 지구 대기의 공기 분자와 충돌하면서 다채로운 빛을 발생시키는 현상. 북극과 남극에 가까운 지역에서 주로 나타난다.(출처: [다음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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