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명절 쇠시느라 바쁘신 중에도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필자를 찾아주신 작가(독자)분들 모두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작가라면 다들 한 번쯤 고민해 보셨겠지만 필자도 요즘 새삼 “쓰고 싶은 글 vs 읽히고 싶은 글”이라는 화두에 다시금 생각이 많아짐을 느낍니다. 브런치 처음 시작할 때는 필자 나름대로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날이 갈수록 글을 읽는 독자(작가)분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낱 일개 무명(無名)의 작가에 지나지 않는 필자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게 좀 어쭙잖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글을 계속 쓰려면 꾸준한 글쓰기 습관과 인내력 못지않게 자기만의 신념(信念)이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호응을 얻어야 인기도 더 많아지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게 되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世態)이지만 그래도 어려운 현실 여건 속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색깔과 꾸준한 의지로 일관성을 갖고 개성 있는 글쓰기를 해 온 작가분들은 그 결과물[작품글]에 보다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담이지만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다 다음 교통편을 기다리는 중에 인근 서점에 잠시 들렀다가 우연히 반가운 작가분을 만나게 되면 무척 기쁩니다. 그 작가님의 이름과 책을 마주하는 순간 나도 어서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으로든) 완성된 작품들로 멋진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의욕이 더욱 불타오릅니다.
그런데 브런치스토리에 에세이 등 글을 쓰다 보면 콘텐츠(contents)에 가끔씩 고심할 때가 생깁니다. 개인사나 신변 관련 체험을 다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익명(匿名)으로 쓴다고 하더라도 가족이나 지인의 지극히 사적인 사안을 일일이 다 드러내지 못하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에피소드들은 흥미로운 테마이고 글소재로도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특정 개인을 바로 지칭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들은 - 사전 동의를 받아도 - 좀 망설이게 되고 마는 것 같습니다. 다들 저마다 말 못 할 개인 사정이 있을 수 있듯이 그와 같은 판단과 선택은 전적으로 글 쓰는 작가들이 숙고하고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그래서 필자도 처음엔 여기 브런치에 에세이류를 많이 쓰다가 어느 날부턴가 창작시 발행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젠 소설, 드라마 등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더 간절해집니다. 지금 필자는 THL이라는 필명으로만 제한된 소재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예술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소재와 주제, 그런 스토리들로 어떤 구애(拘礙)도 받지 않아도 되는 창작[허구]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더 많이 듭니다.
그렇다고 필자가 에세이 쓰기를 그만두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직도 필자는 역량이 부족해 습작만 하다가 그만두거나 “서랍”에 저장하고 마는 글들도 많지만 에세이로 쓸 수 있는 글감들도 마찬가지로 거의 무궁무진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상생활 소재뿐만 아니라 특정 전문분야로도 에세이 영역을 더 확장해 나가야 할 과제도 갖고 있습니다. (당연히 절대 과소평가해서도 안되지만) 어떤 사실을 기반으로 한 감흥을 담아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에세이를 쓸 때도 작가의 상상력이 필요하고 개연성 있는 플롯(plot)으로 엮어진 서사(敍事)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독자(작가)분들의 필자에 대한 기대치를 전혀 가늠할 수 없지만 “쓰고 싶은 글 vs 읽히고 싶은 글”중에서 필자는 예전처럼 그냥 필자 나름대로 쓰고 싶은 글을 틈틈이 쓰는 것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인기 있는 소설이나 드라마 작품을 쓰는 것은 이러한 꾸준한 글쓰기의 반복된 경험의 축적(蓄積) 뒤에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습작을 계속하며 그냥 이렇게 이런저런 단상만 몇 줄 적어 발행하고 말지만.
실은 지난 주말부터 새로 읽기 시작한 새책이 있는데 요즘 일상에 신경 쓸 일들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너무 복잡해서인지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완독 의지와 부담을 팍팍 주고자 여기에 공표(公表)해 둡니다.
영국 작가 매트 헤이그(Matt Haig)가 2020년 출간한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The Midnight Library)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너무 재밌게 읽었기에 그의 신간 [THE LIFE IMPOSSIBLE(2024)](<라이프 임파서블>)도 읽어보려 구입했습니다.
비록 브로큰(broken)이지만 문득 소설이 쓰고 싶어지는 날에 천천히 한 페이지씩 아껴 읽으며 그의 신간 소설의 작품세계(그의 예술적 상상력)에 빠져 보려 합니다.
어쩌면 지금 필자에게도 “쓰기”보다는 “읽기”가 더 쉬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님, 주말 뜻깊고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