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252 by The Happy Letter
잠을 자는 걸까 꿈을 꾸는 걸까 엄동설한(嚴冬雪寒) 찬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그를 지나가기가 겁나 걸음을 멈추고 만다 그는 자신을 탓할까 아니면 그의 부모를 탓할까 아니면 그의 부모의 부모를 탓할까 방금 나온 식당 테이블 위에 남긴 음식들도 힘드네 하면서 남몰래 조금씩 푼 허리띠 한 칸도 아 술기운에 더워 풀어버린 목도리도 가책(呵責)되면 언제든지 달아날 수 있는 옆이 다 뚫린 터널 누구를 위한 길일까 누구를 위한 불빛일까 그 속 함께 걸어가면 한없이 길어 보이는 그 끝 저멀리 기다리는 세상 누구를 위한 것일까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 미지(未知)의 암전(暗轉)이 두려워 나는 망설이고 있는 걸까 나는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까 아니면 양손 가득 밸런타인데이 선물 사들고 웃으며 걸어가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고개를 들고 지나가야 할까 아니면 지나간 생(生)처럼 이 저녁도 그냥 또 그렇게 서투르게 걸어가야 할까
by The Happy Letter
암전(暗轉) : [연극] 막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의 조명을 끈 다음 장면을 바꾸는 일. 근대 사실주의 연극에서 주로 사용되었다.(Daum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