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천국(天國)
THL 창작 시(詩) #65 by The Happy Letter
소외된 천국(天國)
매일 저녁 하루 일과 끝나면
파김치 다 된 심신(心身) 이끌고
집에 오자마자
TV 앞에 쓰러지는구나
맥주 한 캔 와인 한 잔 안주거리 주전부리
발 뻗고 앉아서도 옆으로 기대어 누워서도
마음껏 먹고 마시고
영화관 보다 자유롭고 세상 편하다
이 채널 저 채널 다 돌려봐도
이 드라마 저 드라마 끊이질 않고
지금 이 세상, 드라마 천국(天國)이다
저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 천지(天地)다
배우들 능청스러운 연기 집중 못하고
스토리텔링 플롯(plot) 현실 같아 감탄만 하다가
피곤에 지쳐
어느새 쓰러져 잠들고 만다
내일이면 또다시 신새벽녘
혈압 올리며 신경 날카롭게 하는
그 똑같은 알람소리에 잠 깨고
서둘러 전쟁터 같은 출근길 다시 나서겠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얼마나 틀에 박힌 하루하루인가
돈벌이꾼이 되어 살아가는 삶이란
정작 내 삶의 드라마는 없구나
무미건조한 삶으로는
천국 같은 삶, 주인공 역할 구상(構想)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피난처가 있잖아
그 마르지 않는 샘, 변화무쌍한 상상력
삶이란 불타는 열정(熱情) 잃는 순간
모든 게 끝나버린 거나 마찬가지
새해에는 생동감(生動感) 있는 삶,
드라마 한 편 멋지게 써봐야겠구나
꼭 일인칭 주인공 시점(視點)이 아니어도 괜찮아
TV드라마 속 ‘천국’처럼 초현실적이 아니어도 괜찮아
먼저 어디 이리저리 좀 찾아봐야 할까 보다
불쏘시개 할 마른 잔가지들이라도
by The Happy Letter
구상(構想) : 1. 앞으로 하려는 일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규모, 해 나가는 과정 등에 대하여 이리저리 생각함. 또는 그 생각. 2. 어떤 작품을 짓거나 만드는 데에 갖추어야 할 내용이나 형식 따위의 짜임새에 대하여 미리 생각하여 정함. 또는 그 생각.
불쏘시개 : 장작이나 숯불을 피울 때, 불을 쉽게 옮겨 붙이기 위하여 먼저 태우는 물건. 나뭇조각이나 관솔 따위를 쓴다. (다음 [어학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