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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an 17. 2024

어떤 크리스마스 트리의 항변(抗辯)-2

THL 창작 시(詩) #71 by The Happy Letter


어떤 크리스마스 트리의 항변(抗辯)-2



드디어 내일이면

그날이 오는가 보다

다들 온 동네 길가에

이렇게 내팽개치는 것 보니


이리저리 살다 보면

짧은 인생 좋든 싫든

울며불며 떠나보낼 날도 오고

떠날 날도 찾아오는 게 이치(理致)라지만


연말 내내 매일 파티하느라

노목(老木) 대하듯 쳐다도 안 보더니

수거일(收去日) 다가왔다고

이렇게 길가에 막 던져두고 가는구나


잘 가라 작별(作別) 인사하지도

손 한 번 흔들어주지도 않구나

한 번쯤 고개 돌려 쳐다보지도 않구나

눈시울 붉히며 울음 삼키지는 않더라도



by The Happy Letter







(*사진 : 매년 1월 중순경 지정된 일자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길가에 내놓으면 관할 시청 쓰레기 수거팀이 한꺼번에 수거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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