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 걸으며 모난 돌 울퉁불퉁한 흙길에 엄마를 앞서가며 뛰어가다 아이가 넘어졌다. 무릎이 까지고 흙 묻은 자리에 피가 났다. 엄마는 천천히 걸어라며 한 손엔 우는 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에 진 짐을 받치며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잘 닦인 도시의 도롯길 위로 자동차들이 쌩쌩 달린다. 다 큰 아이는 허리 구부정한 노모老母의 손을 잡고 천천히 길을 건너려 한다. 도심의 횡단보도는 화가 날만큼 너무 넓고 너무 길다. 벌써 저 멀리 횡단보도 신호등은 깜박거리기 시작한다. 엄마보다 덩치가 큰 아이는 짊어진 짐도 없는데 발걸음을 재촉할 수가 없다. 눈부시던 오월 햇살이 갑자기 아이 눈앞에서 흐릿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