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선뜻 산책을 나서기는 쉽지 않다. 세상사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그냥 무심히 두 발로 걷는 일에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 한여름 폭염에 굳이 밖으로 나가 땀 흘리며 걸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푹푹 찌는 한증막汗蒸幕 같은 더위를 피해 숲 속 그늘길을 찾아 나선다. 걷다 보니 흐르는 땀과 끈적거리는 몸에 온 신경이 쏠린다. 오늘따라 머리엔 온갖 잡념雜念만 떠오른다.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날 그 자리에 가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 말은 절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 사람의 부탁은 거절했어야 했는데. 지난 일들은 생각하면 할수록 숱한 후회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갑작스레 내 손가락 끝이 화끈거리며 몹시 아리기 시작한다. 그 ‘통증’痛症이 너무 아프다. 손가락 끝이 금방 벌겋게 붉어지고 퉁퉁 부어오른다. 벌에 쏘였나. 순간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퍼뜩 든다. 방금까지 나를 괴롭히던 더위도, 머릿속 복잡한 근심도 다 잊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