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우산도 ‘우산’이 필요할까

by The Happy Letter


하루 종일 비가 온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 밖에 내리는 비 구경만 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거세진 빗소리가 창을 뚫고 내 귓가에 크게 울린다. 주섬주섬 챙겨 입고 우산雨傘을 찾아들고 밖으로 길을 나서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비는 원래 쏟아져 내릴 때부터 자기 ‘소리’가 있는 걸까, 아니면 어떤 ‘울음’처럼 부딪히는 대상이 있어야 소리를 내는 걸까. 세상에는 어떤 사물이나 대상에 닿지 않아도 나는 소리도 있고 어디 무엇에 닿아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것도 있는 걸까. 거친 야생野生에 후드득 소리 내는 꽃잎의 떨림은 비가 홀로 내는 소리일까, 아니면 세차게 비를 맞고 있는 꽃잎이 내는 울음일까. 꽃잎의 그 진동震動처럼 내 손에 쥔 우산이 내는 소리는 빗소리일까, 비를 맞고 있는 우산이 내는 소리일까. 어쩌면 뭇사람들처럼 비가 오면 우산도 ‘우산’이 필요하다 말하려는 숨죽인 흐느낌일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