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by The Happy Letter


동네 골목길 어귀에 누가 이사移徙를 가나보다. 이른 아침부터 온갖 가재도구家財道具며 속살 같이 드러난 살림살이를 소형 트럭 위에 빼곡히 싣는다. 높게 쌓아 올린 이삿짐들이 위태로워 보인다. 새 보금자리 찾아가는 고된 여정旅程에 덜컹거리더라도 떨어지지 않게 끈으로 단단히 동여맨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끈’처럼 팽팽하게 잡아당긴 그 검은색 고무밧줄이 금방이라도 툭 터져 버릴 듯 아슬아슬하다. 때때로 삶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함은 아마도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살다 보면 다들 몇 번 이사를 하며 산다지만 끈질기게 내리는 이 비가 제발 오늘만이라도 그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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