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발행을 좀 쉬는 동안 이 책 저 책 다시 펼쳐보았다. 예전에 읽다가 완독 하지 못한 채 그만둔 책을 다시 보면서 과연 나는 어떤 호기심으로 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새 책을 구매하고 읽어나가는 데 가장 큰 동력은 그 책을 처음 사게 되었을 때, 그 책을 처음 손에 잡게 되었을 때의 동기(動機)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하는데, 바로 그 동기가 그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고 하는데 그동안 나의 처음의 동기와 힘이 서서히 잊히고 약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불현듯 떠오른 것은 내가 그동안 '지적 호기심'이라는 미명하에 어쩌면 '지적 허영심'(虛榮心)에 빠져 허우적거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과연 지적 호기심과 지적 허영심의 구분과 경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허영'도 "다른 허영"이 채워지는 순간 원래 추구했던 그 "호기심"은 그냥 너무나도 쉽게 잊히고 마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물건과 '나'를 동일시하려는 심리와 욕구가 있다고 하는데 나도 그저 내가 샀던 책, "읽고자 했던" 책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어떤 어색한 '몸부림'만 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단지 그 책을 "소유"한다고 해서 그 책의 내용이나 품위가 내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내 처지나 분수에 맞지 않게 어울리지 않는 어떤 허상(虛想) 혹은 또 다른 그 무엇을 추앙(推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