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상 4

by The Happy Letter


복잡하고 좁은 골목길에 이방인(異邦人)들이 길 잃어버리지 않게 어떤 화가(畵家)가 친절하게 그려 놓은 걸까? 벽 속으로 걸어가는 어떤 남자.


뒤에 따라오는 사람에게는 무심(無心)하다는 듯 코트(coat)에 두 손 넣고 앞만 보며 벽 속으로 걸어가는 남자,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까?


알 수 없는 모순투성이 삶, 마음대로 벽화를 그리는 예술가의 자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쳐다보는 행인(行人)들의 상상의 자유, 그가 '남자'일 거라고 여기는 편견에 대한 조소(嘲笑)..


내년에도 그 골목길 그 자리 다시 가면 벽 속으로 걸어가는 남자는 여전히 움츠린 어깨 그대로 벽 속을 향해 걷고 있을까? 그 벽화 그려진 골목길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까, 오래 살면 알게 되는 인생의 이치(理致)처럼? 꼭 오래 살아봐야 다 잘 알 수 있을까?


길을 걷다 우연히 '벽 속으로 걸어가는' 남자를 보는 기이함에 어쩌면 괜히 어떤 의미부여에 애쓰고 있거나 과민한 감정 이입(感情移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마도 어떤 유명한 화가가 그린 것인데 나만 모르고 있다는 그런 자괴감(自愧感)이나 콤플렉스(complex)에 빠지고 있는지도.


어쩌면 오늘도 그냥 길거리 광고에 시선을 빼앗기듯 어떤 불필요한 '감정소모'만 하고 마는 걸까?









감정 이입(感情移入) : [철학] 어떤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불어넣거나, 다른 사물로부터 받은 느낌을 직접 받아들여 대상과 자신이 서로 통한다고 느끼는 일.

콤플렉스(complex) : 1. (기본의미) [심리] 자기가 다른 사람에 비하여 뒤떨어졌다거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만성적인 감정 또는 의식. 2. [심리] 어떤 감정에 의해 통합되어 있는 관념이나 기억의 복합체. 정신 분석학에서, 보다 좁은 의미로는 마음속에 응어리처럼 맺힌 감정을 이르기도 한다.(Daum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