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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단상

by The Happy Letter


주말에 그냥 사적인 일상 에피소드 하나 적어 봅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저녁 시간입니다. 동네 대형마트에 계산대 쪽으로 평소보다 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마트 손님들이 일렬로 쭉 줄 지어 서서 모두 자신의 차례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마다 힘든 하루를 보냈을 텐데 어쩌면 누군가는 너무 급해서 조바심 내며 기다리느라 신경이 좀 예민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긴 줄 한가운데에 힘겹게 매대 쪽으로 몸을 기대고 서서 기다리는 할머니 한 분이 무척 안쓰러워 보입니다.


대개 우리는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讓步하기도 합니다. 선의善意의 배려配慮와 친절이지만 아무도 강제하지는 않습니다.(노약자와 임산부 전용 지정석은 별개입니다만) 그런데 왜 마트나 쇼핑센터 등 계산대 앞 긴 줄에서는 선뜻 양보하기가 쉽지 않을까요?


왜, 나도 힘들고 피곤한데! 나도 시간 없고 바빠 빨리 가야 하는데!라고 하거나 아니면, 줄서기는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이자 지켜야 할 ‘질서’秩序인데라며 내가 그 질서를 지키듯 누구나 똑같이 지켜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잠시 앉아가는 자리 양보와 순서[차례] 양보는 다른 차원이기 때문일까요? 바로 그 순서順序는 지켜야 할 의무이자 동시에 나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에게 “시간”과 “기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상생활 속 ‘새치기’를 일삼는 얌체족은 우리에게 악덕惡德을 저지르는 사회적 해악害惡임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생활 속 어느 범위와 영역에서는 법으로 모든 것을 다 강제하거나 통제하지는 못하기에 우리 사회 공동체도 선의善意의 “정서적 합의”에 의한 도덕적 규범規範이 있다고 봅니다.


필자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 물으실 수도 있다 싶어 순간 잠깐 고민했습니다. 필자는 그런 자격 여부를 떠나 단지 여기 이 글을 씀으로써 앞으로 내 언행을 더 성찰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싶을 따름입니다.




어느 저녁 마트용 카트cart에 장본 물건을 가득 싣고 계산대 앞 차례를 기다리던 백발白髮의 손님이 바로 뒤에 서 있던 필자에게 -필자는 계산하려 손에 든 것이 몇 가지밖에 안되니- 먼저 계산하라며 순서를 양보해 주셔서 놀랐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분이 다시 생각납니다. 물론 계산할 게 한 가지밖에 없다 하더라도 아무도 강요할 수 없는, 앞에 선 사람만이 베풀 수 있는 양보와 배려의 영역이자 이 또한 인간적인 미덕美德일 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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