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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Mar 02. 2024

우상(偶像)에 관하여


글에 앞서 필자는 어떤 특정 직업군도 폄훼(貶毁)하거나 비하(卑下)할 의도가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최근 필자의 단상을 글로 풀어 써내려가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되고 겹치며 떠올라 금세 잊어버리기 전에 몇 줄 남겨 놓고자 한다.


혹자는 어떤 특정 직업군을 언급하며 "000 걱정은 하는 거 아니다"라고 말한다. (왜, 뭐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건지 그 정확한 배경은 잘 모르지만) 그들도 절대 쉽게 돈 버는 것은 아닐 텐데.


세세히는 모르지만 다들 여느 다른 이들처럼 나름대로는 어렵고 힘든 준비 과정과 저마다 굴곡진 삶의 여정(旅程)을 지나왔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여담(餘談)이지만, 팬들이 물질적 "조공(朝貢)을 바친다"라는 말과 표현까지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인기 유명인에 대한 몰입과 감정 동조 또는 그런 감정 소비를 통한 즐거움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참고로, '조공'(朝貢)이라는 이 단어를 어학사전에 다시 찾아보니, "예전에, 속국(屬國)이 종주국에게 때맞추어 예물을 바치는 일이나 그러한 예물을 이르던 말"로 풀이되어 있다.)


어쨌든 이 모든 것 또한 각자 개개인의 기호이자 취향이며 자유다. 여가선용과 취미 활동으로 동호회 하듯 팬클럽을 따라다니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저마다 광범위하고 두터운 팬덤(fandom)을 형성한 열혈 팬들로서 그들은 자기들만의 '00 아이돌'이라는 명명(命名)하에 이 시대에 그들만의 '우상'(偶像)에 대한 '충성도'를 연일 높여 가고 있음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이는 꼭 사춘기 시절 청소년 팬들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고 그 대상이 K-pop 인기 가수나 배우들만도 아닌 것 같다. 요즘은 일부 중장년층들이 선호하는 트롯(trot) 가수들까지 무척 다양해 보인다.


필자는 열혈 팬들의 관심, 팬클럽 문화를 (K-cultur 인기로 인한 국내외적 경제 효과 등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누구누구와 사귀고 헤어지고 또 자금 투자를 어떻게 어디에 하고 어디 건물을 몇 채 소유하고 있고 언제 어떻게 사고팔고, 자녀가 몇 명이며 그 자녀를 어느 학교로, 어디 해외로 유학 보내고 등등 우리가 몰라도 살아가는 데 딱히 별지장 없는 가십(gossip) 기사들이 무분별하게 온/오프라인으로 너무 난무(亂舞)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우리는 (직접적 또는 잠재적) '소비자'로서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거나 시간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필자가 보다 더 주목하는 것은, 그들도 프라이버시(privacy) 보호 차원에서 똑같이 개개인이 한 명의 '사인'(私人)으로서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중들 그리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수많은 팬들에게 그들의 개인사나 가정사가 '공인'(公人)으로 누구보다 더 사회적 귀감(龜鑑)이 되어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관객이며 소비자인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를 먹고사는 직업군들과 그 종사자들은 오히려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까지도 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려고 또 그런 관심과 주목을 더 많이 받으려 의도적으로도 애쓸 수도 있겠지만.


다만, 마치 마트에서 우리가 어떤 매대는 그냥 지나치고 어떤 매대 앞에서는 구매 결정 전 선택을 앞두고 이리저리 곰곰이 고민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생활 속 원하지 않는 이런 사생활 가십거리 같은 지극히 사적인 정보나 기사를 (비록 언론이나 인터넷 매체는 그들의 '장사'를 하느라 무차별적으로 양산, 배포하더라도) 스스로 걸러내는 필터링(filtering)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참을 수 없는 무료함에 킬링타임(killing-time)할 대상이 없거나 잠시라도 '시간 때우기'로 몰두할 거리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에겐 따로 할 말이 없다.





그 예전 학창 시절의 장 그르니에(Jean Grenier)에 관한 추억과 회상을 짧게 남기며 두서없는 글을 이만 마치고자 한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 그르니에는 그때 그 시절 불확실한 미래, 미지(未知)의 삶에 대한 꿈과 희망, 그런 애틋한 사색(思索)과 풋풋한 사유(思惟)를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그때 동시대 일부 사춘기 학생들에겐 어쩌면 "우상"(idol) 같은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의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에게 큰 영향을 준 작가로도 유명하지만 독자분들 중 누군가도 그 시절 민음사에서 출판한 김화영 교수 번역의 [] Les Îles(1933)이나 [지중해의 영감] Inspirations méditerranéennes(1941)을 두근거리고 떨리는 가슴으로 밤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을지도.


문득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지금 저마다에게 "우상"(偶像)이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그 많은 폐허들 위에, 그 많은 추억들 위에, 그 많은 살아 있는 존재들과 그 많은 희망들 위에 시간이 멈추어 있었다.”(출처 : [Inspirations méditerranéennes](지중해의 영감) by Jean Grenier (김화영 옮김) 이른비 출판)












가십(gossip) : 1. (기본의미)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유명한 사람과 사회적 사건에 대하여 흥미 위주로 가볍게 다루거나 비꼬아서 쓴 기사. 2. 터무니없이 떠돌아다니는 소문.

우상(偶像 idol) : 맹목적인 인기를 끌거나, 숭배되는 대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팬덤(fandom) : 가수, 배우, 운동선수 따위의 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 무리.(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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