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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Feb 28. 2024

졸업식


여기저기서 졸업식 소식이 들린다. 졸업식 때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 ("Old long since")이 원곡인 <석별의 정>이나 현대 가요 등 다양하게 부르지만, 예전엔 <졸업식노래>를 많이 불렀다.


특히, 졸업생들이 부르는 파트인 2절을 부를 때 졸업생들이 많이 울기 시작했고 선생님들도 함께 많이 울었고 재학생들도 따라 울었다.


그 어린 나이에 무슨 깊은 정이 들어 또 무슨 아쉬움과 이별의 아픔이 그리 커서 소리 내어 오열하듯 그렇게 많이 울었을까?


그때는 '친구'(?)라는 개념에 동시대 입시 경쟁자라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일까? '학벌 카르텔'[Kartell](cartel)이라든가, 같은 학교 출신 선후배 유착(癒着) 등 이런 말들을 아직 모를 때였기 때문일까?


가슴 뭉클한 추억을 소환해 주는 이런 눈물의 졸업식 노래들에 대한 기억으로 눈시울 붉힐 틈도 없이 이제 졸업식은 무미건조하고 또 삭막하고도 엄숙하게만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입학이 그러하듯 졸업도 즐거운 사람이 있는 반면, "간판"을 중요시하는 '능력주의'(能力主義, meritocracy) 사회 속에 어떤 심한 '자기 비하'에 빠져 졸업이 하나도 즐겁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졸업과 동시에 회사 취직, 직장 구직 문제 등이 당연히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입사 준비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진즉 해왔고 일부는 졸업 전에 합격한 이들도 있다.


일부는 졸업 후 바로 취업이 아니라 자기 사업으로 자영업, 신규 스타트업 / 벤처기업 등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회생활, 직장생활 초년생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제부터 말 그대로 "전쟁 같은" 삶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전에 어떻게든 공무원 시험이든 사기업 입사 시험이든 취직시험 준비로, 어쩌면 아주 긴 시간 동안 취업준비생(취준생)으로 원하는 직장에 최종 합격할 때까지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리라.




우리 중 누군가는 졸업 후 자기 모교 졸업식에 자랑스러운 졸업 선배로 초대받아 다시 가서 멋진 축사를 하는 것을 꿈꿀지도 모른다.


그 학교를 다녔다는 자부심(自負心)을 갖고 후배를 축하하고 응원하는 자리에서 이 학교를 졸업한 덕분에 성공했다고, 출세해서 높은 자리에 오른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후배들에게 축사를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그리며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누군가는 반대로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초대받은 유명인사들의 축사 내용이 어떻고 졸업생의 자부심과 졸업식 분위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는 참석한 졸업생들과 그 학부모들 개개인이 제일 잘 느끼고 또 제일 잘 알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판단할 것이다. 그 졸업식이 얼마나 기쁘고 뜻깊은 행사가 되었는지, 아니면 무척 지루하고 빨리 끝나기만 기다렸는지. 혹은 어쩌면 좀 민망했는지, 아니면 어떤 분위기와 연유로 모멸감(侮蔑感)을 감내(堪耐)하느라 앉아있기 힘들었는지도.




필자는 이런저런 졸업 관련 이야기를 들으면 다시 떠오르는 유명한 장면, 2005년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commencement) 연설을 다시 찾아 들어보고 싶어 진다.



“I am honored to be with you today at your commencement from one of the finest universities in the world. I never graduated from college. Truth be told, this is the closest I've ever gotten to a college graduation. Today I want to tell you three stories from my life. That's it. No big deal. Just three stories. …”     (from Steve Jobs' 2005 Stanford University Commencement Speech)











졸업식노래(창작/발표 1946년): 윤석중(尹石重) 작사, 정순철(鄭順哲) 작곡의 동요. 1946년 문교당국에 의하여 제정된 초등학교의 졸업가이다. 광복 후 첫 졸업식부터 사용되어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으며, 4분의 4박자 다장조의 엄숙하면서 다정한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1절은 재학생이, 2절은 졸업생이, 3절은 다 함께 부르도록 작사되었다. 노래가사는 다음과 같다.


1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는 언니뒤를 따르렵니다.

2절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3절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Daum [백과사전])

카르텔 [독어 Kartell] : 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이윤의 증대를 노리고 자유 경쟁을 피하기 위한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되는 시장 독점의 연합 형태.(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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