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Feb 25. 2024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 오래 잘하려면?(세 번째)

*결혼을 준비 중이거나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에게


대개 사람들이 중요한 결정이나 선택을 앞두고 의외로 감정적인 판단을 많이 한다는 말을 접하고 놀랐다. 왜 사람들은 이성이나 합리성보다는 그때 그 순간의 감정에 치우치고 감정에 약하고 감정에 의존적일까?




자기감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은 단지 너무 화나고 분(憤)할 때만이 아니다.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기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미워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따라서 자기감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인생 수양(修養)이 많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평소 사소한 일에도 쉽게 기분이 상하고 또 금방 화가 난다. 모욕감을 느낄 때는 비이성적인 행동까지도 보일 수 있다.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데 허허 탄식만 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이 감정이 없다면 '인간미'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하는,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또한 로봇이나 AI 등 기계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 감정의 유무인 것 같다. 이런 연유(緣由)로라도 우리는 이 감정에 보다 더 집중해야 하며, 매번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수치심'(羞恥心) 같은 감정은 다양한 이해관계,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사는 공동체 사회 속에서 법과 제도가 강제하기 전에 사회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규범(規範)과 질서를 유지하며 행동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堡壘)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도, 또는 부정한 행위를 하고도 수치심 없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수치심 없는 사회는 모두에게 두렵다. 우리 사회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이 사회가 점점 병들어 간다는 말이 아닐까?




각설하고,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 오래 잘하려면?(세 번째) 이라는 제목으로 돌아와 보면, 사람 간에 사랑이라는 감정도 없이 혹은 욱(?)하는 마음으로 결혼하거나 또 그렇게 결혼하고 금방 후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고 쉽게 결정한 결혼은 의외로 많으며 따라서 후회할 가능성도 큰 것이 현실의 한 단면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미혼이신 분들은 결혼하기 전에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향한 깊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진정으로 있는지, 또한 상대방으로부터도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지 잘 파악하고 제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단한 '귀족' 같은 어마어마한 배경으로 집안 대 집안끼리 혼사(婚事)를 치른다 하더라도 사람에게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부부간의 지속가능한 관계 유지에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당연시 여기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쉽게 간과(看過)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조건'이 맞으면 (혹은 비슷하면) 잘 살지 않겠냐고 생각하지만 각자가 정한 조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보는 시각과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며 또 다르게 변화될 여지도 있다.


사랑의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조건이라도" 맞으면 좀 오래 잘 살지 않겠냐고 쉽게 지레짐작하는데 그 위험 부담(risk-taking)은 당사자들 각자의 몫이다.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 오래 잘하려면?, 사랑과 함께 절대 간과하면 안 될 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信賴)이다.(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존중은 앞서 발행한 지난번 글에서 언급하였으니 여기선 생략한다.)


사랑은 자칫 소유와 지배, 그리고 자기 동일시 내지는 자기 일체화로 변질되거나 집착(執着)이나 '구속'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덧붙여야 할 것은 바로 신뢰다. 믿음은 사람 간 관계 형성과 관계 유지에 가장 중요한 덕목(德目)이며 이 신뢰를 저버리는 언행을 하면 안 된다.


서로 믿지 못하는 인간관계는 형성될 수도, 계속 유지될 수도 없다. 신뢰가 상실된 관계는 파탄(破綻)밖에 남는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뢰하던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실망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상처가 된다.


보통 우리는 길가는 낯선 이에게는 증오를 느끼지 않는다. 악행을 일삼는 나쁜 사람들에게도 증오의 감정을 느끼지만 대개 가장 미워하고 가장 증오하게 되는 대상은 바로 가장 사랑했고 가장 신뢰했던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떠 어떠하다고 몇 줄의 글로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관적 요소도 많지만 일시적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관계 속 사랑이라는 감정에 너무 빠져 때로는 서로를 너무 '구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랑하되 구속하지 않고 신뢰하는 마음, 바로 믿음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여기에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마음이 늘 함께 한다면 관계형성과 유지에 충분하지 않을까?


항상 어떤 감정상태에 맞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어떤 감정 상태에서도 그냥 서로를 편하게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서로 존중하는 사이일수록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또 서로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과연 우리는 상대방의 감정까지도 '소유'할 수 있기는 한 걸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말 오후 두 손 꼭 잡고 산책하는 노부부에게 한번 물어보시라,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때 그 순간마다) 서로의 다른 감정상태로 또 그 차이로 고독(孤獨)하게 그리고 같이, 얼마나 많이 다투며 살아왔는지...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사람들이 자전거 잘 타는 이유 3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