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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노후엔 좀 편안하게 살고 싶다

(약스포 주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by The Happy Letter


최근 재미와 감동을 주며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Jtbc주말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연출 조현탁 2025)가 이런저런 감상평으로 그 소문이 자자하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영화 <어쩔수가 없다>(감독 박찬욱 2025)도 25년 직장생활과 해고/퇴사라는 동일한 소재를 담고 있어 혹자는 두 작품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기도 할 정도다.


다만 이 글에서는 그 영화의 수상이나 흥행여부와는 상관없이 전자의 드라마에만 국한된 -지극히 개인적인- 시청자로서의 감상과 그 소회所懷를 짧게 기록해 두고자 한다.




필자는 이 드라마의 원작(작가 송희구)을 따로 접해보진 않아 원작 소설을 드라마 형태로 제작하면서 어느 정도 각색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최종회(12부작)가 가까워질수록 과연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 결말이 무척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언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어떤 “기대”같은 것도 있었다.


왜냐하면 주인공 류승룡(김낙수 역)의 극 중 “김 부장” 모습은 지금의 우리와 우리 이웃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내심 나도 노후老後엔 좀 편안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의 “결말”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 속엔 우리 모두가 세차장car wash을 겸해 “차량정비소”(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형제자매를 갖고 있지는 않아 -메타포로 전달되는 그 선명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면을 감출 길이 없다. 그런 “비빌 언덕”이 없는 대다수는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각자 애써 저마다의 “다른 결말”들을 다시 쓰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평소 안부를 묻고 지내던 업계 지인으로부터 연말인사 이메일을 받았다. 으레 이맘때쯤이면 보내오던 ‘근하신년’ 같은 메시지인 줄 알았는데 이번엔 앞에 한 줄이 더 적혀있었다. 그는 이제 올해를 마지막으로 40여 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떠난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진심을 담아 ‘안녕’을 빌면서도 혹시 “형제자매”가 있는지 묻지 않았다. 또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건지도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

















*사진: [Kartoffelpuffer mit Apfelmus] potato pancakes with apple puree


비빌 언덕 : 보살펴 주고 이끌어 주는 미더운 대상.

노후(老後) : 늙은 뒤(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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