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은 호박일 뿐

by The Happy Letter


아주 어릴 적에 그는 같이 놀던 골목길 동네 아이들로부터 ‘호박 같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호박같이 못생겼다”라고 놀렸다는 말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히 그런 비유의 표현을 들었다는 말인지 확실하게 말하진 않았다. 그는 난생 호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도 전에 동네 아이들이 말해준 그 “호박”을 머릿속에 그리며 어떤 ‘아 프리오리’a priori처럼 가끔 떠올렸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참 후 실제로 시골 외갓집의 사랑방 한 켠 구석에 쌓여있는 늙은 호박들을 처음보고는 생각보다 못생기지 않아 다행이다, 안도安堵의 숨을 내쉬었다고 했다. 비뚤비뚤 각양각색 그 모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생각 없이 내뱉는 어른들의 말만 듣고 아이들이 그저 따라 흉내 내었던 걸까 하다가 그는 호박은 호박일 뿐이다, 세상에 못생긴 호박도 없고 세상에 “호박 같은” 얼굴도 없다고 했다.




















아 프리오리(a priori) : 1. [생물]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갖추고 있는 것. 2. [철학] 인식이나 개념 따위가 후천적 경험 이전에 이미 부여된 것.(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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