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아직 좀 쌀쌀한 기운이어서 여기저기 봄소식을 접하고도 나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는 데 길 가다가 느닷없이 만난 노오란 꽃, 바쁘게 걷던 내 총총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게 한다.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해도 지난겨울 내내 조바심 내며 기다린 나를 한껏 미소 짓게 만든다.
살다 보면 누구는 시간 참 안 간다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한다. 무엇을 또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서 빨리 시간이 지나가길 바랄 테고 지금이 무척 행복한 사람이라면 그냥 이 순간 이대로 멈춰 있기를 원할 것이다.
우리의 체감 정도는 좀 다를지라도 실은 어느 쪽이든 시간은 조금씩 흘러간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있는 사람에게도 시간이 흘러간다는 게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일상을 살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또 기다려야만 한다고 반복적으로 느끼게 되면 쉬이 지쳐버리고 말 것 같아 이제부턴 기다리는 대상이 그 무엇이든 너무 애태우지 말고 그냥 좀 무던하게 “잊은 듯이”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지금껏 계속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한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누구는 훗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또 누구는 나중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했고 또 그렇게 우리는 진득하게 인내심을 갖고 저마다 지난至難한 시간들을 견뎌내 왔다. 그런데 이제와 막상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니 좋은 세월은 다 지나가 버리고 남은 일이라곤 이 세상 떠나는 일뿐인 것 같다. 세상에 어느 누가 자기 죽을 때만을 기다리며 살고 싶을까? 지금 주어진 시간은 내일의 무엇을 기다리는 데 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나를 위해 향유享有해야 할 순간으로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는 기다리는 일은 기분 좋은 설렘이다 하고, 때때로 다른 누군가에겐 기다리는 일이 고통과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젯밤 잠들면서 아침이면 해가 솟아오를 것임을 믿듯 이 세상에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축복祝福들이 많이 있길, 또 그러한 것을 많이 찾아내며 살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만날 날을 기약期約한 적 없어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길 가다가 마주친 -총총걸음을 멈추게 한- ‘봄’처럼 내 앞길에도 어쩌면 또 다른 노오란 “조우”遭遇가 나타날 수도 있을까?
조우(遭遇) : 어떤 인물이나 사물, 경우를 우연히 만나거나 마주침.(Daum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