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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Apr 17. 2024

낙선(落選) 인사


이른 아침 출근길 그는 며칠 전 했던 똑같은 인사를 하고 있다. 똑같은 지하철역 입구 그 자리에서 90도 허리 숙이며 인사를 한다.


속은 이미 쓰리다 못해 고통스럽게 망가졌더라도 그는 며칠 전 했던 똑같은 그 인사를 한다. 상처받은 그 속마음 다 아는지 내미는 두 손에 그 아픔 전해올까 봐 지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 돌려 외면하고 만다. 그가 든 피켓(picket)에 쓰인 "감사합니다" 글씨는 혼자 서있는 그의 지친 모습에, 처진 어깨에 더욱 작아 보인다.


그는 2년 뒤 다가올 다음 지방선거며 다시 4년 뒤 총선 선거일을 기약하는 걸까? 언젠가는 와 줄 좋은 날을 기다리는 걸까? 지지자들의 기억은 4년 아니, 과연 2년이라도 지속될 수 있을까?


이 시각 어느 누구는 환호성에, 화려한 꽃다발에 둘러싸여 있을 텐데, 그 많았던 선거 운동원들, 지지자들 한 명 없이 "제가 부족했다"며 그는 며칠 전 했던 똑같은 인사를 한다. 애써 웃으면서 연신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내가 만약에 "낙선"(落選)하면 그렇게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머리가 쭈뼛해진다.


하지만 세상에는 낙선(落選) 인사를 하는 사람들과 낙선 인사를 하지 않는 두 부류의 사람들로 구분되는 것일 뿐일까? 이 모든 것 또한 그 수많은 정치적 액션 중 하나이고 작전이며, 그저 그런 치밀한 술수(術數)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까?




이 글은 어떤 특정 대상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글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최근 접한 일련의 뉴스를 지켜보며 느낀 지극히 개인적 소회(所懷)이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너무 극명하게 양극으로 치닫고 있는 대립관계가 극심하다 보니 승리(勝利)에 기뻐하기는 바빠도 패자(敗者)를 돌아볼 겨를도, 그런 포용(包容)의 여유도 없는 듯하다.


모두 다들 "목숨 걸고" 전투적으로 싸웠고 누구나 이제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간일 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서로를 "적"(敵)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디 가든 누구와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를 밥 먹고 사는 직업으로 삼은 이들의 입장이 된다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누구나 치열하게 자기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것처럼, 그들도 그들의 삶에, 직업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라고 여길 테니.


다만, 부와 권력이 한 곳에만 너무 집중될 때 (정치든 종교든) 혹여 부정부패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유권자인 우리가 지켜보고 감시(監視)해야 함은 자명하다. 지금 파티 중인 당선자나 똑같은 지하철역 입구 그 자리에서 90도 허리 숙이며 지금 이 시각에도 낙선 인사를 하고 있는 낙선자나 그 대상은 모두 같지 않을까?


그들이 '직업 정치인'이라고 선언한 순간부터 진정한 봉사(奉仕)를 하려는지 그저 사리사욕(私利私慾)만을 채우려는지 구분하는 것도. 왜냐하면 좋든 싫든 정치(政治)는 그들의 일상일 뿐만 아니라 매일 우리의 일상과도 늘 함께하는 현재 진행형이므로.















정치(政治) : 1. (기본의미) [정치]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

2. 개인이나 집단이 이익과 권력을 얻거나 늘이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교섭하고 정략적으로 활동하는 일.

낙선(落選) : 1. 후보자가 선거에서 뽑히지 못함. 2. 응모하거나 출품한 것이 심사에서 뽑히지 못함.

술수(術數) :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을 꾸미는 교묘한 생각이나 방법.(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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