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 줄게 엉엉하는 마음으로
난 운동신경이 없다. 참 애석하지만 사실이다. 얼마나 운동을 못하는지 체육 수행평가도 엉망으로 봤다. 제자리멀리뛰기도 반동을 아무리 열심히 줘도 바로 코 앞에서 착지하고, 중학교 때는 뒷구르기를 못해서 한 반의 모든 학생 앞에서 낑낑거리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힘은 좀 있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점점 사라져서 그저 허약하다... 겉보기엔 건강한 신체를 가졌는데 왜 허약하지? 발목도 안 좋고 이빨도 약하다. 입원을 한번 한 이후로 위랑 장도 안 좋다. 어깨는 정형외과에 갔더니 오십견 수준이라고 했다. 아직 오십 대가 되려면 30년이나 남았는데요...?
어깨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난 생각한다. 내가 류현진도 아닌데? 왜? 어깨에서 소리가 날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실제로 류현진보다 너덜너덜한 어깨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그런 게 아니라면 가벼운 캐치볼 몇 번에 다음날 어깨를 아예 못 쓸리 없으니까. 그럴 때면 내 오른쪽 어깨에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니가 지금 한 일이 뭐가 있다고 이러는데!!?? 그러나 아직 멀쩡히 몸에 붙어있는 게 감사한 지경이라 감히 소리는 못 지른다. 그저 온찜질을 하는 수밖에.
강한 어깨는 야구 선수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투수라면 특히 더. 매일 하는 일이 공을 던지는 일인데 어깨가 안 중요할 리가. 그래서 투구 수 관리라는 게 꼭 필요한데, 게임이란 게 상황과 타이밍이 있는지라 그렇게 기계적으로 할 순 없다. 흐름을 넘겨주지 말아야 하는 때에는 에이스의 투구를 계획했던 것보다 연장하기도 한다. 그럴 때 팬들은 아주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는데 이건 비단 게임이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의 어깨가 심히 걱정되기 때문이다. 저러다 다치는 건 아닐까, 무리하다 부상이 오면 어쩌지. 선수의 지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면 난 저절로 내 어깨를 붙잡는다. 그땐 내가 다 아픈 기분이다. 아닌가, 진짜 내 오십견이 도진 건가.
선수도 그런 상황엔 절대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이 이 이닝을 책임지고 내려가겠다고 말한다. 책임감과 미련함을 넘나드는 그 순간엔 인상을 쓰고 바보 같다고 욕할 수밖에 없다.(사실은 걱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에게도 이젠 그럴 자격이 없다. 나도 바로 저번 주에 내 어깨 수준을 간과하고 배드민턴을 두 시간 동안 쳤으니까 발언권을 잃은 죄인의 심정이다. 상대는 우리 엄마였는데 엄마는 그야말로 운동신경을 타고난 자로 나보다 월등한 배드민턴 실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인데 그래서 또 너무 이기고 싶었다. 심지어 1대 1도 아니고 언니와 내가 동시에 달라붙었는데도 한 세트도 못 가져왔다. 중간중간 어깨에 무리가 왔는데도 계속 스매싱을 하려 했고, 공을 짧고 강하게 밀려다가 손목 쪽엔 잔뜩 멍이 들었다. 하하. 이랬는데 한 번도 못 이긴 게 젤 코미디다.
인상을 잔뜩 쓴 채 폼 롤러 위를 구르면서, 멍이 든 팔엔 얼음찜질을 하면서 야구 선수들의 미련함에 대해 생각해 봤다. 미련함? 그건 승부욕이거든!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온다. 체험해 보니, 절대로 그 상황에선 마운드를 선뜻 내려가겠다고 못하겠군. 어깨가 뽀사지더라도 던지고 싶을 거다. 내가 한낱 엄마와의 배드민턴 싸움에 내 오른팔 전체를 걸었는데, 그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어떨까. 팔 전체는 무슨 온몸을 걸고 나에겐 내일은 없어! 그런 마인드로 매달리겠지. 눈앞의 상대와 손에 쥔 라켓에 현혹되어 멈추지 못한 것처럼, 공만 손에 쥐어져 있으면 그걸 멈춰내긴 힘들 거다.
어쩔 수 없이 팬들은 초조한 얼굴로 그들을 응원하는 수밖엔 없겠다. 그러다 다치면 사람들은 다 내 어깨 줄게 엉엉한다. 다리를 다치면 내 다리 줄게 엉엉하고. 생각해 보니 팬들도 미련하게 몸을 다 걸어 내주려고 한다. 이제 보니 그 선수의 그 팬이다. 나도 이젠 욕도 못하고 꼼짝없이 선수가 무사하길 바랄 수밖에 없겠다. 내 어깨 줄게 엉엉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내 어깨는 필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