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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hi Oct 08. 2020

완벽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벗고 얻은 것

Rule 4: 신뢰도가 높은 팀을 만들어라

눈물이 흘렀다. 뙤약볕 아래 3박 4일간 110km를 걸었다.

발이 트고 물집이 잡힌지는 오래. 체력의 한계는 이미 느꼈지만 직장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더 솔직하게는 최악이라는 생각)에 입술을 깨물며 참 보았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달리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망했다... 다 와 이러는 걸까...




년 전, 신입사원과 함께 아산 방조제에서 출발하여 삽교천 방조제, 서산, 태안을 거쳐 만리포로 향하는 행군을 다. 당시 대리였던 나는 참가자 전원이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잘 걸을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를 하는 지도선배이자 트레이너 역할을 맡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떠받들어도 모자랄 신규 입사자들에게 행군이 웬 말이냐' 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평이 좋았던 프로그램이었고, 나 역시 지도선배 자격을 얻은 것에 자부심을 느끼던 차다.


행군 1일 차.


훈련 교관, 간호사 등 행군 관련 전문 인력  5시에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리는 첫날 약 30km를 었는데, 나는 신입사원들이 궁금해하는 회사 사정들, 예를 들어 올해 보너스 지급 규모는 어느 정도지, 사내 어떤 동호회가 인기 있는 등 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힘든 줄 르고 하루를 걸었다.


 다음 날.


참가자의 95%는 남사원. 평소 걷는 것은 자신 있었는데 막상 행군을 해 보니 내가 그들보다 체력이 좋을 리 없는 사실을 깨달았다. 목표가 될 만한 스피드로 앞질러 나가며 그들을 리드하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내 욕심이었다. 


하지만 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다. 도움을 청하는 것도, 내 역할을 내려놓는 것도 싫었다.


'내가 흔들리는 순간 모두가 불안해진다. 

 선배이자 리더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자.'

 

그런데 목적지인 만리포 해수욕장이 눈앞에 보이자 동안의 긴장이 풀 눈물이 고 만 것이다.

약한 내 모습을 떻게든 춰보려 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리더는 항상 완벽해야 하는가?


우리는 조직 안에서 강인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경쟁 사회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반면, 구나 기고 싶었던 약점이 드러날 때가 있다. 원하지 않지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때 있다. 

완벽하지 않을 들킨 당신, 더 이상 리더로서 인정받 수 없는 것일까?




완벽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벗고 얻은 것


나는 행군이 끝난 후 뒤풀이 자리에서, ‘선 이제야 사람 같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 힘들 텐데 웃고만 있으니 거리감이 느껴졌단다. 다행히도 참가자들은 나에 대해 실망하기보다는 함께 걷고 챙기느라 고생했다며 격려해주었다.


감정을 드러내자 상대방은 나를 더욱 친근하게 받아들였다.


이제는  이상 선배, 후배 사이가 아닌, 서로 다른 회사의 관리자급 리더로서 생 친구가 된 우리는, 지금도 종종 연락을 나경조사를 챙기고 업계 정보를 공유사이가 되었다. 스쳐가는 얕은 인간관계들 속에서 빛을 발하는 귀하디 귀한 인연이 된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벗자 '관계의 진정성'이 생겼다.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


리더십 이론 중,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은,

'남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남을 이끄는 영웅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자아를 성찰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리더십'이라고 정의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칼럼의 인기 주제이기도 했던 '진정성 리더십'은 힘 있게 밀어붙이고 모든 걸 혼자 결정하려는 리더보다는 자신의 약점을 용감하게 인정하는 등 자신의 약점과 권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직장에서 가면을 벗은 채 내 모습 그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되니 이보다 더 건강할 수 없다. 

8년 동안 구글에서 직원 700명을 관리하고, 애플대학교에서 관리자 교육과정을 개발한 킴 스콧은 그의 저서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훌륭한 팀장에게는 ‘완전한 솔직함’이 있다고 밝혔다. 그것은 개인적 관심(Care Personally)과 직접적 대립(challenge Directly)을 말하는데, 특히 자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성과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직원에게 진실된 피드백을 전하는 노력은 모든 조직에 통한다고 말한다. 부풀리거나 꾸며서 강하고 멋있는 척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을 드러낼 수 있다. 


포용의 조직 이러한 진정성 리더십을 기반으로 구축된다. 지위의 높낮이를 떠나, 구성원 모두가 감정을 나누며 함께 일하는 것, 누군가를 걱정하고 아끼며 배려하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결점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감정을 교류하자


회사에서 주관하는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서초구에 있는 장애인 교육시설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 갈 때마다 해당 시설의 직원은 방문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것은 좋지만,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지는 마세요.

 생활함에 있어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우리 시설 위치상 여기에는 대기업 임원 자녀도 있고, 은행장 자녀도 있어요.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이면 기사님들이 데리러 오는 아이들이에요.

 물론 그 부모님들이 자신의 소속은 절대 밝히지 말아 달라고 지만요.”


안내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이들에게 인격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요청이었지만, 나는 마지막 말이 매번 신경이 쓰였다. 어느 회사 자녀나 부모가 아파서 고충을 겪고 있는 직원들이 있게 마련인데, 생각해 보면, 10년이 넘는 직장 생활 해오는 동안 그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은 손에 꼽는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근무 시간 배려 등 회사와 동료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 하기보다는, 측은해 보여 그동안 쌓아 온 자신의 권위가 무너까 봐, 또는 회사 생활을 소홀히 하진 않을까 하는 시선이 의식되어 숨기려 했던 사람이 더 많아서였을까?

나는 아이들의 부모가 '완벽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느라 얼마나 힘들까 안쓰러워졌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개인의 감정까지 억제해야 한다면 사람은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리더가 완벽할 필요는 없다.

힘든 일이 있다면 사실대로 말하고, 개인적인 어려움을 설명하고, 때로는 감정에 휩쓸려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미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도 리더의 매력이 될 수 있다.

어떤 일 고민하고 있고 지금 감정은 어떠한지 말을 해야 상대방은 배려할 수도 걱정하고 아껴 줄 수도 있다.


그것이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 관점을 가진 구성원이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포용의 조직문화를 만든다.




솔직하고 직접적인 소통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해외대를 높은 학점으로 졸업한 후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주희 씨는 성실하고 똑똑했다. 미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후 경영대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기에 나와 팀원들은 그녀가 인턴 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당연히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하루는 어렵사리 속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왔고, 가장의 역할을 맡았기에 고정적인 월급이 보장되는 정규직 자리가 절실하다고 했다. 자신의 꿈과 현재의 상황에서 갈등하며 조언을 구하는 그녀의 솔직함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이전까지는 화려한 스펙의 엄친딸로만 보였던 주희 씨가 자꾸 눈에 밟혔다. 나는 인턴 기간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그녀를 타 팀에 추천했고, 그곳에서도 눈에 띄게 열심히 일한 그녀는 그 경력을 바탕으로 집과 가까운 내로라하는 글로벌 회사의 정규직 자리로 이직하여 커리어와 간병 모두 잘 해내고 있다. 이제 겨우 이십 대 중반인 그녀. 나는 분명 지금의 글로벌 회사 경력이 그녀의 꿈을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안나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무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특유의 쾌활함으로 항상 부서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는 그녀에게 승진과 함께 보다 영향력 있는 업무가 주어졌고, 팀원들은 그녀를 축하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사실은... 저 시험관 시술하고 있어요. 더 늦어지기 전에 아기 가져야 되는데 회사 일로 바빠지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부서장은 당황했지만, 나는 자신의 삶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고 그 계획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녀가 멋있어 보였다. 커리어상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사람들은 사생활과 일이 충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은 직장보다 가정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회사에서 자신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안나 씨는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유연한 근무 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고, 지금은 예쁜 딸을 둔 커리어 맘이다.

신뢰도가 높은 일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때가 있다. 넘지 못할 것 같은 거대한 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우울감에 빠진다. 이 세상에는 나 혼자라는 생각,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은 외로움을 극대화한다. 이때, 솔직하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신뢰도가 높은 일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조직으로부터 받는 정신적, 경제적 지원은 난관을 헤쳐나갈 힘을 준다.

신뢰를 뜻하는 trust는 독일어 trost에서 유래된 단어로, trost는 ‘편안함, 위로’를 뜻한다. 신뢰가 생길수록 상대방을 편안하게 느끼게 되고 솔직하며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조직구성원의 상하 관계가 두드러지거나 리더가 강한 우월성, 권력 욕구, 권위를 내세우는 경우, 또는 구성원에게 무조건적인 수용과 자발적인 복종을 요구하던 시대는 끝났다. 때때로 리더는 자신이 엄격하게 제한을 두어 직원의 요청 사항을 반려, 거부할 때 스스로 힘이 있다고 느끼고 그러한 카리스마에 도취되어 자신의 리더십이 훌륭하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할 것은, 밀레니얼 세대는 상사에게 위압감을 느낄 때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그 순간 리더는 이들의 자발적인 몰입과 협력의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나를 지지하고 지원해 준다고 믿었던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순간, 더 이상 그를 따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것이다.


신뢰도가 높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부분을 주의해야 할까?

"올해는 못주지만 내년에는 보너스 꼭 챙겨줄게.”
“내가 내년 승진자로 자네를 꼭 밀 테니까 이번 한 번만 더 고생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해. 다음에는 내부 설득이든 뭐든 내가 나서서 다 해줄게.”

누구나 낙관적인 정보만을 담아 조직의 현상황을 포장하거나 보상, 평가 등 직원들의 관심 사항에 대해 근거 없는 호언장담을 하는 리더, 순간의 서운해하는 사원을 다독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리더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달콤한 말은 그 순간에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직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라면 어떠한가? 회사가 위기 상황임에도 이 조직은 나를 책임져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리더는 어떠한가? 회사가 파산 위기까지 갔을 때조차도 거짓말을 일삼던 리더를 경험해 본 나로서는 그러한 리더는 구성원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최악의 리더라고 본다. 

반대로 비즈니스 관계에서 지나치게 착한 사람들도 많이 본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들의 희생을 이용한 관리자들도 마주하게 된다. 실무는 다 하는데 정규직이 아닌 인턴 신분으로 몇 년간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한다든가, 사비를 털어 영업 활동을 한다든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한 쪽만 퍼 주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상호 간에 이익이 되도록 여러 가지 일을 달성하게 해 주는 상호관계성이 있어야 하며, 투명한 정보 공개가 신뢰의 핵심이다. 우리 조직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어떤 프로세스로 의사 결정이 되는지 등 구성원에게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어야, 구성원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공정함을 인지하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생산성 증대를 이룬다. 진실을 말하고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방향으로 운영해 나가는 리더가 신뢰받을 수 있다. 한 예로, 코로나19 위기 속 공공부문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떠올려 보자. 국민들은 공공기관의 대처를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잘하는 것은 응원하고 부족한 것은 질책하는 등 건강한 소통을 이어 나갔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은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단합하고 어려움에 적극 대응하게 했으며, 그 결과 한국은 세계적으로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회사가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할지라도 경영 환경의 변화, 최고경영자의 비윤리적 태도 등 예상치 못한 이슈로 인해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구성원들은 조직이 자신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주고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해 주기를 원한다. 쓰러져가는 조직, 무능력한 회사를 끝까지 믿어주는 성인군자는 없다.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 조직은 변화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신속히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 리더가 잘못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거나 권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계속 변명만 하면 리더십은 무너진다. 상황을 외면한다거나 남에게 잘못을 떠넘길 경우 구성원들의 불신만 증폭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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