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le 3: 멀티플라이어형 리더가 되자
요즘 애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교육장에서 만난 박 과장은 같은 팀 김 사원에게 질투가 난다고 했다. 석사 출신에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 실력, 내로라하는 대기업 인턴 경험을 보유한 김 사원은 실무도 금세 익힌 데다 지난주 팀 미팅에서는 프레젠테이션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우리 팀의 기대주야. 아주 든든해!"라며 김 사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부서장과 기고만장한 김 사원이 보기 불편해 도망치듯 사무실이 아닌 교육장으로 왔단다.
평등한 조직문화가 이슈가 되면서, 당시 인사팀에서는 직급 철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연봉도 직급, 연차 순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책정될 것이라 했다. 박 과장 입장에서는 이제 과장님이 아닌 제이슨이랄지 프로로 불리게 될 것이고, 김 사원이 자신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일도 생길 수 있게 된 것이다. 10년 넘게 부서장의 비위를 맞추며 이 자리까지 왔다는 박 과장은 억울해했다. 소위 ‘까라면 까’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일해왔고 심지어 상사가 던지는 결재판을 피해 살얼음 같은 보고를 했던 경험도 있다. 그에 비해 김 사원은 회사 생활을 편하게 한다며 ‘요즘 것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나는 어떤 점이 가장 신경 쓰이는지 물었다. 일을 시키면 알아서 해야지,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부터 하고, 기껏 자세하게 설명해 주면, 개선이 필요하다며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단다. 무엇보다 자존심 상하는 것은, 자신이 늘 해 오던 일과 절차를 불필요하고 낡은 관습으로 취급하는 언행이었다. 대충 일해온 사람으로 평가받을까 걱정되고, 자신의 성과가 하찮은 것으로 폄하되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나는 박 과장에게서 ‘불안함’과 ‘열등감’을 느꼈다. 우리는 조직에서 유능한 직원을 견제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직원은 키우지 않으려 하는 유형의 리더를 자주 본다. 자신의 성과를 빼앗길까 봐 두렵고, 평가에 민감한 이 유형은, 상사에게 업무 결과를 보고할 때에도 잘된 일은 모두 자신의 덕이고 잘되지 않은 일은 다른 직원의 탓으로 돌린다.
일반적으로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내 존재 가치가 줄어들 것 같은 두려움'을 '나를 더 발전시키는 강력한 동기 요인'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박 과장과 같이 좁은 마음과 시야를 가진 리더는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다. 이러한 리더 밑에서 일하는 구성원은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조직 내에서의 활동이 제한되고 에너지를 잃게 된다. 무엇보다 상사의 시기와 질투를 알면서도 팀에 남아 있을 구성원은 없다.
안타깝게도 박 과장은 조직이 성장해야 자신도 성장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더 이상 김 사원과 같은 직원이 팀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조직은 쇠퇴하게 된다. 하지만 김 사원이 실력을 발휘하고 성장하며 시장에서 인정받을 때, 조직은 ‘성장하는 곳’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고, 이는 또 다른 능력 있는 구성원을 끌어오게 된다.
리더는 각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내고 조직의 집단 지성을 이끌어 내야 할 책임이 있다. 구성원들을 더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만드는 멀티플라이어(multiplier)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성과가 높아야만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팀을 잘 이끌고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모습도 조직 내 유능한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함께 일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 줄 아는 것, 성장 가능성을 보고 미래를 위해 인적자원에 투자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다른 리더를 길러주는 리더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구글이 발견한 최고의 팀장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1. 최고의 팀장은 좋은 코치다.
2. 코치는 팀원에게 권한을 넘기고 간섭하지 않는다. 심지어 답을 알아도 간섭하지 않는다.
3. 팀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팀원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
내 의견이 아닌 팀원의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4. 생산적이며 결과 중심적이다.
5. 팀원이 경력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6.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가진다.
7. 팀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직무상 스킬을 가진다.
8. 팀원 개인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적인 상태에 대해서도 관심과 걱정을 표현한다.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팀원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특징의 공통점으로는 '리더가 인재를 키우는 멀티플라이어의 모습을 갖는 것'이다.
가장 모범적인 형태로 나는 우리 회사의 전설적인 존재인 오 상무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회사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큰 기여를 해 왔고, 40대 초반의 나이에 임원을 달았다. CEO를 포함한 회사 경영진의 신임뿐만 아니라, 외부 클라이언트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도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데, 내부 교육을 하다 보면 존경하는 리더로 그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하고, 글로벌 회사 특성상 아시아의 타국가 담당자와 만날 때면 그들이 먼저 미스터 오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내가 오 상무를 처음 만난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외 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나는, 글로벌 교육 콘텐츠를 국내에 전파할 강사를 찾아야 해서 고민이 많았다. 현업에서 일 좀 한다는 리더들은, 이미 각자의 스케줄로 너무 바빠서 그들 표현대로 ‘교육 따위에 시간을 뺄 수 없는 고급인력’이었다. 강의가 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 오는 리더가 종종 있긴 했지만, 그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조직 내에서 업무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어, 그들 나름의 성과가 필요해 연락해 오는 경우였다. 그들의 의중을 알게 된 순간, 나의 실망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부하 직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리더가, ‘리더십이 중요하다, 우리 조직은 이렇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교육효과성의 관점에서, 안 하느니만 못 한 교육이 될 게 뻔했기에, 나는 정중히 그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교육 콘텐츠를 본 순간부터 생각났던 강사는 현업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오 상무였다. 다만, 회사 내에서 이미 여러 보직을 맡고 있는 데다 잦은 출장으로 대면하기조차 힘든 인물이었기에, 강의 요청 메일을 보내는 순간까지도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그런데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회신이 왔다.
“좋은 제안 감사드립니다. 직원들의 역량 개발에 제가 기여할 수 있다면, 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에 복귀하는 대로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앞으로의 교육이 기대됩니다.”
그와의 미팅은 순조로웠고, 글로벌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더하여, 그의 현장 경험, 대인관계 노하우 등이 교육 내용에 담겼다. 교육은 대성공이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 회사 구성원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국내 및 글로벌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작년 이맘때쯤, 아시아 지역 내 교육담당과 강사가 한 자리에 모이는 미팅이 있었다. 빡빡한 일정에 난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해당 미팅에 강사를 지도하는 강사의 자격으로 오 상무도 함께 했는데, 계속되는 교육과 미팅에도 피곤한 기색이 없는 그가 대단해 보였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 내기 어렵지 않으셨어요?”
교육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으니까요.
인턴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여러 사수와 팀장님들께 많이 배웠거든요.
제가 받은 만큼 돌려줘야죠.
리더로서 당연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리더의 모습은 존재만으로도 빛이 난다.
GE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회사이면서, 끊임없이 리더를 길러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GE는 크로톤빌에 있는 자체 연구소에서 리더들을 훈련시키고 길러내기 위해 일 년에 500만 달러 이상을 소비한다. 그 연구소는 종종 ‘미국 내 사업계의 하버드 대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리더를 길러내는 일을 우선순위에 둔다.
우리 회사는 어떠한가?
조직 안에서 당신은 디미니셔인가 멀티플라이어인가?
소중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가?
나의 무심함이나 과오로 누군가를 잃고 있지는 않은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아끼고 보듬으며,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는 것은 인클루시브 리더십의 기본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