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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hi Sep 01. 2020

엄마, 나 승진했어!

Rule 2: 소속감과 안정감을 제공하라

모든 직장인에게 그렇겠지만 나에게 승진과 연봉이 주는 의미는 크다. 특히 별다른 취미 없이 '회사-집-회사-집'의 생활을 해 왔던 나에게, 회사는 성인이 된 후 내 인생의 절반을 보낸 곳이자 자아실현의 공간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직급이 오르고 월급의 앞자리가 바뀔 때마다 큰 성취감을 다.


신입사원 시절, 나에게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최연소 여성 임원이 되어 회사에서 주는 '럭셔리 카'의 뒷자리에 앉아 신문을 읽으며 출근하는 꿈.


하지만 현실은 내 이상과는 달랐다. 롤모델로 삼았던 여성 선배들이 출산을 전후로 커리어를 포기하곤 했다. 그것은 자의적이기도, 때로는 타의적이기도 했다.


'아...

 돌아올 자리가 이렇게 쉽게 없어져 버리는구나.

 하고 싶은 일 충분히 하고,

 아이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 때 갖자.'


내 삶의 우선순위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직 생기지 않은 '자녀'보다는 현재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커리어'였기에 자연스레 임신과 출산이 미루어졌다. 그렇게 조직 안에서 재미를 느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 왔고, 그 사이 나는 '아줌마'라는 호칭에 속상해하면 안 되는 나이가 되었다.

내 업무는 '즐겁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돈을 벌어오는 일 아니었기에 회사 내 영향력이 크지 않았고,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부서 특성상 남자 선배들의 진급이 몇 차례 누락되는 일이 생겼다.


'여자인 나한테는 더 기회가 없겠지...

 조직 내 성장할 수 있는 위치는 여기 까지겠구나.'


임원이 되겠다는 내 꿈이 허황된 목표라고 느껴졌다. 멋진 커리어를 갖기 어렵다면 가정에라도 충실하자. 호기로웠던 20대의 꿈은 안녕. 슬프지만 나는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를 갖게 되었고 육아휴직이 시작되었다. 출산휴가와 연차 소진일까지 더하면 약 2년 5개월의 업무 공백이 생겼다.

'사직이 아닌 휴직을 하는 게 맞는 것인가.'

긴 시간 자리를 비우는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업무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인수인계를 했다. 못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 나하나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이 귀찮기는커녕 소중했다.


밤새 칭얼거린 아기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해서인지 근육통이 심해진 육아휴직중의 어느 날. 아기 목욕을 시키고, 시린 손목으로 들어 올린 핸드폰에는 팀장님의 부재중 전화 한 통과 '시간 될 때 연락 주세요.'라는 카톡이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가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었던가? 짧은 순간에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축하해요. 이번에 차장으로 진급하게 됐네요!"

'본부 내 첫 케이스다', '보너스도 지급되니 기대해라' 등 로또 같은 소식들이 이어졌고, 나는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질렀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인사규정상 휴직자의 진급과 보너스 지급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과장 연차를 다 채우지 못하고 휴직을 시작했고, 복직할 날이 멀었기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승진.


을 위해 리더 간 논의가 있었을 것이고 '당분간 안 볼 팀원'이 아닌 '그동안 노력한 팀원'으로 평가를 해 주었다는 것이 감사했다.


"기대조차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그동안 열심히 했잖아.

 진급 안 시키면 안 올 것 같아서 위에다 잘 이야기했.

 우선 아기 잘 키우고, 우리는 또 좋은 모습으로 만나야지?"

"빨리 출근하고 싶은데요!"

"하하, 내 전략이 통했네!"


이어진 부서장님과의 통화를 마치고, 잊힌 존재가 아닌 챙김을 받는 존재라는 기분이 들어 하루 종일 참 행복했다. 그리고 느꼈다. 


'조직에서 인정받는다는 느낌',
'내가 있는 곳은 공정한 평가와 보상이 있는 곳이라는 신뢰'는
일 할 맛 나게 하는구나라고.


"엄마, 나 승진했어!"


나는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어느새 근육통은 잊고, 나는 아기를 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소속감과 안정감이 주는 포용의 힘은 강력하다


휴직이 끝난 후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은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는 육아휴직 기간 내내 업무와 관련된 온라인 콘퍼런스가 열릴 때마다 아기를 안은 채 참여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복귀해야지!'


나는 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나를 인정해 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느리지만 조금씩, 역량 개발을 해나가기로 결심했다. 회사도 나도, 서로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처럼, 개개인이 특정 상황에서도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것에 소속감과 안정감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인클루시브 컬처(inclusive culture)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하며, 빠른 시일 내 도입할 수 있는 인사 제도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묻는다.

하지만 나는 포용의 조직 문화는 거창한 제도를 구축하는 것보다는 구성원이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소속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6년을 다닌 초등학교의 교가는 성인이 되어서도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주는 소속감이 그러하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경우, 그 시간은 짧을지라도 그 때의 행복했던 경험은 나를 그 시간과 공간에 소속되게 만들기도 한다. 서울살이가 수십년일지라도,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고향이 심리적으로 더 가깝고 큰 의미를 주는 것과 같은 것 말이다. 


소속감을 갖게 하는 포용의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자들이 제안하는 방법 역시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와서만(Wasserman)은 포용의 문화란 모든 구성원의 발언이 수용되고 조직을 대표하는 핵심적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것이라 하였고, 우프리(Wuffli)는 조직의 하위계층이 개발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구성원이 자신의 견해를 조직에 반영하고 기여함으로써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포용의 문화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가치 있게 여겨진다’ 느껴지고, 동시에 집단에 대한 연결성 혹은 소속감을 가질 때 경험된다. 또한, 이 조직이 나의 성장을 위한 지원과 권한을 부여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며, 집단 내 다양한 사고가 공유되고 인정을 말한다.


이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Catalyst의 연구에 따르면, 다양성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용의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개인의 수용감은 고유성(uniqueness)과 소속감(belongingness)을 느낄 때 생긴다고 말한다. 팀과 조직으로부터 존중받고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때, 조직의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차별과 소외로 인한 사기 저하없이 조직과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고 한다(Jeanine Prime and Elizabeth R. Salib, Inclusive Leadership: The View From Six Countries, Catalyst,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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