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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hi Aug 06. 2020

거봐 내가 뭐랬어

Rule 1 :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려라


경계를 넓혀 나가는 사람은 인사이트를 준다


가수 씨엘(CL)은 빌보드 톱 100 차트에 진입한 최초의 한국 여성 아티스트다. 눈썹에 닿을 듯 검게 칠한 눈 화장, 볼드한 액세서리와 과감한 스타일링은 그녀의 강한 개성을 엿보이게 한다.


여자 아이돌은 예쁘고 청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일찌감치 깬 그녀는 오랜 기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취향을 지켜 왔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편견을 극복하고 문화적 경계를 넘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제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속한 배경이나 한계에 좌절하지 않도록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라왔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자,

 경계를 넓혀 나가자,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대담한 행보를 하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나가는 씨엘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할리우드 영화 마일22에 배우로 출연했던 씨엘


누구나 자신이 만든 경계 안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때로는 그 경계가 나를 정의하는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이 문제는 이게 정답이야.’라는 식의 경계는 나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을 빠르게 정리할 기준이 되기도 한다. 늘 잘하는 건 아니지만 따르려고 노력하는 신념이면서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경계가 넘나들 수준이 아닌,
움직이지도, 뚫지도 못할 높게 친 벽과 같다면,
그 경계에 둘러싸인 나는 새장 속의 새와 다를 바가 없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끊임없이 경계를 넓혀 나가는 사람, 그리고 그 유연함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사람은 자유롭다. 


조직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변화의 규모나 속도는 이전 어느 때보다도 크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낡은 생각,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는 리더'와 '경계를 넓혀 나가며 큰 울림을 주는 리더' 중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리더의 편견


우리는 매 순간 정보에 입각한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 쉽고 편한, 정신적 지름길(mental shortcut)에 의존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한 번에 최대 1,100만 건에 달하는 정보에 노출되는데, 우리의 뇌는 기능적으로 고작 40개 정도의 정보만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내리는 의사 결정의 대부분은 무의식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의식 속 편견은 조직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유용하게 작용한다. 우린 항상 바쁘다. 마감 시한은 다가오는데, 나를 도와줄 인력이나 활용할 재원은 없어 마음이 급하다. 이때,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해 줄 나만의 사고의 틀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의 기반이 된다. 특히 내재화된 성공의 경험은 의사결정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렇듯 빠른 의사 결정과 행동이 필요한 우리는, 누군가, 그리고 무언가에 편향되어 있는데, 이러한 사고방식이 때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편견과 고정관념은 타인을 부당한 방법으로 유리하게 하거나 불리하게 하는 등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 리더의 편견은 조직 문화에 깊게 파고든다.




에밀리 월시와 라키샤 워싱턴


스탠퍼드 대학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편견]의 저자인 제니퍼 애버하트에 따르면, 인종 편견은 고용주의 의사결정, 나아가 유색 인종의 구직 과정과 직장 내 역할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경제학자 마리앤 버트란드와 센드힐 멀레이나단이 진행한 연구를 살펴보자.


여기 경력과 스펙이 같은 두 명의 지원자가 있다.


에밀리 월시(Emily Walsh, 전형적인 백인 이름)와 라키샤 워싱턴(Lakisha Washington, 전형적인 흑인 이름). 이 둘 중 더 쉽게 일자리를 얻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름만 다를 뿐인데도, 백인으로 추정되는 에밀리가 라키샤보다 50% 더 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 이는 같은 자격 요건을 갖추었더라도 백인이 우선 선택되며 흑인에게 고용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무서운 건, 감정이 없으니 당연히 인간보다는 공정할 거라고 여겼던 AI의 자동심사시스템마저도 동일한 결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 사회는 오래전부터 '다양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 왔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나 아시아 지원자가 이름과 서클 활동 등의 내용을 백인처럼 바꾸어 이력서를 낼 때, 인터뷰 기회가 흑인은 10%에서 26%, 아시아인은 12%에서 21%로 늘어나는 현상은 여전하며, 인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기업에서조차도 백인을 선호하는 경향은 짙다.


우리는 인종 차별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그것이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일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백인에 대한 뚜렷한 선호는 그렇지 않은 국적과 인종에 대한 차별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봐 내가 뭐랬어’라고 말하는 리더


다음은 우리 조직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더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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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은 특정 사안에 대한 그만의 답을 가지고 회의를 시작한다. 회의 참여자들에게 안건에 대한 의견을 묻긴 하지만, 자신의 답을 뒷받침할 정보 위주로 아이디어를 취사선택한다. 어쩌면 그는 회의 전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 상무는 ‘성공한 영업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조 상무는 ‘성공한 영업사원’이면서 ‘외향적인’ 사람을 만날 때마다 “거봐 내가 뭐랬어.”라고 말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진리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성공한 영업사원’이면서 ‘내향적인’ 사람을 만날 때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채택하면서, 그 믿음에 반하는 사례는 배제하곤 한다.


인사팀 박 과장은 자기소개서나 경력기술서가 미흡할지라도 서울대 출신 지원자라면 무조건 서류 전형에서 통과시킨다. 회사의 대표이사, 경영지원본부장을 포함한 다수의 임원이 서울대를 졸업했다. 그는 서울대 출신은 무슨 일을 시켜도 잘할 것이며 현재의 리더들처럼 우리 조직에 잘 들어맞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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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의 사례와 같이, ‘거봐 내가 뭐랬어’ 편견을 가진 리더를 종종 만난다. 이들의 문제는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부풀려, 공정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리더는 자신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경우 독단적인 리더가 되기 쉽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포용의 리더가 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살펴보자.


1. 잠재적 편견 없애기 훈련을 하자


세계은행은 잠재적 편견 없애기 훈련(unconscious bias training)을 하고 있다. 동일한 이력서를 성별, 국적, 인종 등 조건을 달리해 각 실험군에 주고 점수를 매겨보라고 지시한다. 같은 내용의 이력서를 놓고도 성별, 국적, 인종 등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자신의 판단에 작용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교육방식으로 '누군가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가점검을 해 보는 자세를 기를 수 있다. 이는 업무를 하거나 직원들과 소통할 때 등 여러 분야에서 열린 행동으로 발현된다.


사실 우리 모두는 미숙한 인간이다. 그러하기에 '나 역시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사람'이며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진 리더라는 각성은, 현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게끔 만들어준다.


나의 사각지대를 인지했다면, 다음 단계로, '다양성의 관점을 가진 리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무엇이 인간으로서 행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일일까?'를 고민해 볼 수 있다. 




2. 의도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자


최 차장은 본인과 비슷한 커리어를 갖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동일한 업무, 조직 내 유사한 지위와 영향력, 자신과 동등한 학력과 실력을 갖춘 사람과의 모임을 선호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멘토를 찾으려 한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을 느끼며, 그녀는 자신이 지금의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앞선 사례의 최 차장과 같이, 나와 비슷한 사람을 멘토로 삼는 경향이 있다. 이는 멘토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성장의 기회는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멘토는 현실적으로 내 꿈을 이끌어주고 당장 도움이 되는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조언자여야 한다.


나와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멘토는 나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해준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직 업종에 있어 직장 또는 업계 멘토와 기술이라는 틀 안에서만 대화해 왔다면, 음악, 미술, 문학, 철학 등 다양한 소재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고, 냉철한 충고를 들을 수도 있다. 관점의 다양성은 인생의 폭이 깊어지고 넓어지도록 만들어 준다.


다양성의 관점을 가진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나와 다른 사람에게 의식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자신에게 조언을 해줄, 회사 밖 리더를 만나 시간을 보내라.


기업의 경영진, 사회 각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를 만나 최신 경제, 경영 솔루션 및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것은 개인, 나아가 우리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우리는 인기 많은 선배가 되고 싶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는지에 따라 당신의 팔로워가 달라진다.
당신의 네트워크가 리더십을 변화시킨다.






3. 사건과 사물을 보는 시각을 객관적이고 다원화해 봄으로써 편향되지 않고 종합적인 사고를 습관화 하자.


차가 커졌다면 운전 실력도 바뀌어야 한다


소형차를 몰다가 중형차를 몰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운전에 자신이 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갑자기 큰 차를 몰게 되면 좁을 길을 가거나 주차를 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큰 차에는 그에 맞는 운전 실력이 필요하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내가 끌고 가야 할 조직이 커졌다면 그에 맞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변화에 더 민감해져야 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경험이 많은 리더라 할지라도 과거의 경험이 현재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틀 밖의 사고, 창의적인 안목과 통찰력은 다양한 식견을 가질 때 나온다. 리더에게는 고정된 어떠한 것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


영화, 소설, 웹툰 등을 통해 작품 속 인물이 되어 여러 가지 상황을 겪어 보고,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상상해 본다. 우리 조직 문화와 어떻게 다른지 찾아보는 것도 유용하다. MBC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에 BC카드 소속의 어느 대리가 본부장실, 사장실에 혼자 들어가 일대일로 업무 보고를 하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마치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동네 형, 동생 같은 모습으로, 스스럼없이 구두 보고를 하고 현장에서 업무 피드백을 하는 모습에 놀란 적이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다른 이들에게도 신선했는지, 블라인드에는 ‘금융권이라는 업종 특성상 빡빡할 줄 알았는데 자유로운 분위기라 놀랐다’는 글들이 많았다. 말랑말랑한 조직 문화는 업종을 불문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간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모으고 의견을 들은 후, 실제 내가 처음 결정하려는 방향과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면, 어떻게 바뀌는지 체크해 본다. 다름을 이해하는 힘은 열린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양한 인문서적을 탐독하고 예술 세계를 경험해 본다. 인문학적 소양이 조직의 성과에 직접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최소화하고 여러 면에서 근본을 바라보게 하는 시간을 제공해 주는 기회가 된다. 철학, 문학, 사학, 음악, 미술 등의 인문학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너그럽고 여유 있는 태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렌즈를 제공해 준다. 관리자로서의 자질 함양을 위해 실용학문에 의존하고 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호흡이 짧은 업무 관련 서적만 보았다면,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고전 중심의 독서를 해 볼 수 있다.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원서를 찾아서 읽어본다. 좋은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볼 때 감성도 풍부해지고 즐거워진다. 실제 나는 머릿속이 복잡하고 스트레스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날, 좋아하는 영화의 OST를 듣는다. 그럼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나면서, 현안 문제를 조금 더 편안하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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